현대차그룹 재배구조 개편의 출발점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방안'에 대해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모두 반대하고 나섰다. 현대차그룹으로으로선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판국이다.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공단의 결단은 이래서 더 중요해졌다. 모비스 2대주주 국민연금이 자문기관 권고를 받아들여 안건에 반대할 경우 현대차그룹의 구상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라고 믿는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이나 외국계 중에서도 장기투자자들은 우군(友軍)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복합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나 미래 가능성 등을 볼 때 지배구조 개편안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 기업지배구조원 "목적·비율은 문제 없지만…"
18일 자동차 및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원은 지난 17일 국민연금 등 의결권 자문 계약을 맺은 투자기관에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송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현대모비스가 제시한 분할 목적은 그 타당성이 인정된다. 기업집단 차원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그렇더라도 이 개편 계획은 지분 교환 및 양수도로도 가능해 분할합병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사업부문을 제외한 분할방법은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신설 모비스의 입장에서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에 따른 시너지가 명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비록 분할합병비율에 문제가 없더라도 이 분할합병이 주주가치 또는 회사가치를 제고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해외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 루이스, 국내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 자문사들도 모두 비슷한 맥락에서 반대의견을 냈다. 지배구조연구원은 분할 목적이나 비율 등에 대한 타당성, 합리성은 인정하는 등 반대 수위가 낮았지만 역시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을 지지하는 입장에 서지는 않았다.
◇ 국민연금 향배 '의결권행사전문위' 손에
지배구조연구원 의견에 관심이 몰렸던 건 현대모비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이 기관과 자문 계약을 맺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준거로 삼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모비스 지분(9.83%)를 쥐고 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반드시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찬성을 하려면 자문기관 권고를 뒤집을 논리가 명확해야 한다. 추후 논란을 없애려면 절차적 정합성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이번 의결권 향배를 내부 투자위원회가 아닌 외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맡길 전망이다.
이 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는 정부,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추천 각 2명, 연구기관 추천 1명 등 총 9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는데 현재 사용자 추천 위원 1명이 임기 만료돼 총 8명이다. 이들의 결정이 국민연금 의결권을 좌우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자산운용사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의결권 자문 계약을 맺은 대신지배구조연구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날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엘리엇이 요구한 지주사 전환방안은 국내 법에 맞지 않고 현재 상황에서 가장 나은 지배구조란 평가에서다.
현대차그룹은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등 장기투자자들이 트러스톤자산 같은 관점에서 이번 사안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역시 놓지 않고 있다.
◇ 이원희 현대차 사장 "그룹 전체와 연결" 지지 호소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모비스 주주가 분할합병 후 가지게될 합병 글로비스 주식만 감안해도 투자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볼 수 없거니와 자율주행, 친환경차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볼 때도 분할합병은 모비스에 더 큰 성장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라며 "일부 단기투자 세력을 제외하고는 찬성할 주주들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한 그룹 관계자는 "국내 연기금이나 해외 대형 투자기관 등 상당수가 분할합병 주체인 모비스와 글로비스뿐만 아니라 현대차, 기아차 등 그룹 주식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며 "분할합병이 무산될 경우 그룹 전체에 올 리스크 등을 고려해 이번 사안을 판단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런 맥락에서 지난 17일 이원희 대표이사 명의로 지배구조 개편안에 지지 호소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ISS 반대 의견에 조목조목 반대하는 반박문과, 현대모비스가 임영득 대표이사(사장) 명의 입장문에 이은 것이다.
이 대표이사는 입장문에서 "이번 지배구조 재편은 모비스와 글로비스 뿐 아니라 현대차 입장에서도 대단히 중요하며, 사업적으로 연관돼 있는 그룹사 전체에도 사업구조 및 지배구조 재편의 시발점으로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며 "현대차 주주 분들과 지배구조 개편 관계자들이 이 같은 진정성과 절박성을 널리 헤아려 달라"고 당부했다.
오는 29일 열릴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분할합병안이 통과하려면 참석 의결권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를 핵심으로 삼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성사될지 여부는 결국 주총 당일 뚜껑을 열어봐야 하는 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