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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⑱현대百, 승계 일등공신 '한무쇼핑’

  • 2018.07.04(수) 08:07

정지선 회장 30대에 최대주주 등극하고 총수로 취임
증여세도 증여로 해결.. 사실상 현대百이 자금줄
차남 정교선 부회장 현대그린푸드 승계도 같은 방식

현대백화점그룹은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드물게 3세 승계 작업을 일찌감치 마무리한 곳이다. 3세 정지선(47) 회장은 33살의 나이에 핵심회사 현대백화점의 최대주주가 됐고 36살에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30대 중반에 직위·지분 승계를 모두 끝낸 것이다.

부친 정몽근 명예회장은 본인이 회장으로 있던 시절부터 장남 정지선 회장에게 직위와 지분을 물려주는 작업을 진행했다.

정 회장에게는 동생 정교선(45) 현대백화점 부회장이 있지만 정몽근 명예회장은 차남에게는 현대백화점 지분을 물려주지 않았다. 정교선 부회장의 몫은 현대그린푸드(옛 현대H&S)였고, 지분 분할 과정에서 '형제의 난'과 같은 내부 잡음은 없었다. 

 

현대백화점 총수 일가의 3세 승계과정은 유통라이벌 신세계와 비슷하다. 실제 지분승계의 핵심과정이었던 '증여'가 이뤄진 시기도 두 그룹 모두 2000년대 중반이다. 승계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다른 대기업으로선 부러운 일이다.

 

그런데 현대백화점의 지분승계 과정에서는 증여세 재원을 사실상 계열사가 대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 중심에는 현대백화점 무역점·목동점을 운영하는 한무쇼핑이 있다. 

 

 

◇ 증여로 해결한 증여稅... 사실상 현대百이 세금 대납 지적

 

정지선 회장은 현대백화점이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하기 전인 1997년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6년 만인 2003년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 승진과 함께 지분 승계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해 부친 정몽근 명예회장으로부터 155억원(당시 시가기준) 상당의 현대백화점 지분 3.5%(77만주)를 증여받았다.

3개월 뒤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으로부터 한무쇼핑 지분 4.4%(13만5000주)를 239억원에 매입했다. 해당 지분은 정 회장이 아버지 정몽근 명예회장으로부터 받은 주식이다. 증여세를 납부해야하는 시기에 정 회장은 아버지에게 받은 한무쇼핑 주식을 현대백화점에 되팔아 현금을 확보한 것이다.

 

2004년에도 똑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정몽근 명예회장은 정지선 회장에게 현대백화점 지분 9.58%(215만주)를 추가 증여했다. 이번 증여는 현대백화점의 최대주주 지위가 정 명예회장에서 정 회장(지분율 15.72%)으로 넘어가는 결정적 지분 승계였다. 당시 정 회장의 나이 33살이었다.

 

시가 750억원에 달하는 현대백화점 주식을 물려받는데 따른 증여세 300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무쇼핑이 등장했다.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으로부터 한무쇼핑 지분 10.51%(32만주)를 사들였다. 해당 주식도 아버지가 물려준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현금 713억원을 확보한 정 회장은 증여세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했다. 

 

두 번의 증여세를 내기 위해 또 다른 두 번의 증여가 이뤄진 것이다. 사실상 현대백화점이 정 회장의 증여세 재원을 마련해준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한무쇼핑의 최대주주는 현대백화점이고, 현대백화점의 최대주주는 정 회장인 상황에서 아무런 지배구조 변동 없이 주식을 물려받고 세금 문제까지 해결한 셈이다.

2년 뒤인 2006년 정지선 회장은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있던 개인회사 ㈜HDSI를 청산하고 투자원금을 포함한 청산소득 전액을 현대백화점 사회복지재단 설립에 기부했다.

대기업 가운데 일감몰아주기 문제를 총수 일가가 스스로 해결하고 이익을 포기한 첫 사례로 꼽혔다. 동시에 증여세 대납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기부라는 지적도 나왔다.

같은 해 정몽근 명예회장은 현대백화점 지분 1.59%(35만주)를 정지선 회장에게 추가 증여한 뒤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36살의 나이에 정지선 회장이 그룹 총수로 취임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 현대그린푸드 물려받은 차남도 같은 방법으로 세금 해결

장남에게 현대백화점 지분을 물려줬던 정몽근 명예회장은 차남에게는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지속적으로 물려줬다.

차남 정교선 부회장은 2004년 아버지로부터 현대그린푸드(당시 현대H&S) 지분 10%(56만주)를 물려받았고, 2006년에도 10.01%(56만6000주)를 추가로 받았다. 증여세를 내야하는 시점에 역시 한무쇼핑이 등장했다. 형 정지선 회장이 현대백화점 주식을 증여받는 과정에서 한무쇼핑을 활용한 것과 똑같다.

 

정교선 부회장은 2006년 아버지에게 한무쇼핑 지분 6.1%를 물려받은 후 곧 바로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에 각각 3.4%(301억원), 2.7%(239억원)을 매각해 현금 540억원을 확보했다. 이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추가 설명이 필요없는 대목이다.

 

정교선 부회장은 2007년과 2010년에도 부친으로부터 받은 한무쇼핑 지분을 현대백화점에 팔아 890억원을 확보, 지분승계 실탄을 비축했다.

3세들이 세금을 내야할 타이밍에 어김없이 등장한 한무쇼핑. 그리고 한무쇼핑 지분을 매입하고 3세들에게 현금을 쏴준 현대백화점 등 계열사. 현대백화점의 승계과정의 진정한 조연이자 일등공신이나 다름없다.

◇ 올해 순환출자 해소.. 형제간 지분 분할구도 뚜렷

현대백화점그룹 3세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은 올해 계열사 지분을 추가매입하며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정부의 기업지배구조개선 요구에 화답하는 제스쳐인 동시에 각자의 지분 분할구도를 더욱 뚜렷하게 하는 거래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지선 회장은 현대쇼핑이 가지고 있던 현대A&I 지분 21.3%를 매입하면서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A&I→현대백화점'의 연결고리를 끊었다.

 

 

정교선 부회장도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7.8%를 매입하면서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 고리를 끊었다. 아울러 두 형제의 지분매입으로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A&I→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던 현대백화점 그룹 내 순환출자고리도 완전히 해소됐다.

두 형제의 지분매입은 순환출자고리 해소뿐만 아니라 형제간 영역 분리에도 확실한 기준점을 마련했다. 정교선 부회장은 이번 거래로 현대그린푸드 지분율을 23.03%로 늘리며 확고한 대주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백화점은 장남, 현대그린푸드는 차남 구도가 더 확고해진 것이다. 향후 정지선 회장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12.67%)과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한 현대백화점 지분(12.05%)을 서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해결하면 3세 형제가간 지분 분할은 마무리된다.

 

지분 정리를 위해선 추가 자금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걱정은 없다. 여전히 아버지 정몽근 명예회장에게 한무쇼핑 지분 10%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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