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승승장구하던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가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지난해 2분기 이후 이어오던 신기록 행진이 1년만에 꺾였다.
삼성전자는 6일 잠정 영업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2분기 매출은 58조원, 영업이익은 14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기대비 4.2%, 전년동기대비 4.9% 각각 줄었다.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와 견주면 5.4% 줄었지만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선 5.2%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25.5%로 올해 1분기에 비해 0.3%포인트 떨어졌다.
이번 실적은 증권가 예상치를 밑도는 것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컨센서스는 매출액 60조원, 영업이익 15조2700억원 수준이었다.
이번 발표에는 사업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증권업계는 반도체는 호조를 이어갔지만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가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을 맡고 있는 IM(IT·모바일)부문은 올해 1분기 3조7700억원의 영업이익이 2분기에는 2조원대로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S9 조기출시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판매량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7100만대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00만대 가량 덜 팔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부진은 패널을 공급하는 디스플레이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줬다. 올해 2분기 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은 1000억원 안팎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신증권의 경우 디스플레이가 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가격이 공급과잉 우려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력인 반도체는 올해 1분기와 비슷한 12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량의 서버용 D램 수요가 늘어나는 게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다만 낸드플래시는 재고증가로 가격이 하락해 D램에 비해 부진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월드컵 등 성수기 효과로 올해 1분기 2800억원의 영업이익이 2분기에는 5000억원대로 늘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지난해 2분기부터 연달아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냈던 삼성전자의 신기록 행진이 4분기만에 끝났다.
하지만 올해 3분기에는 이익 증가세가 재가동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반도체가 여전히 우호적인 시장환경 속에 놓인 가운데 디스플레이도 애플의 신형 아이폰 탑재 수요 등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7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간으로는 지난해 53조6450억원의 영업이익이 올해는 65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