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독보적인 이익창출력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드디어 일을 낼 참이다. 4분기 연속 역대 최대기록을 쓴 큰 형님(삼성전자)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두 아우가 보란듯이 역대급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2분기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각각 1783억원, 12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상대로 실적이 나오면 삼성전기는 갤럭시S4 출시 효과로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낸 2013년 2분기(2224억원) 이후 5년만에 가장 좋은 성적표를 거머쥐게 된다. 삼성SDI 또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주식처분으로 일회성 이익이 발생한 2012년 3분기(1조5204억원)를 빼면 역대 최대 기록이다.
카메라모듈, 전자부품, 전지 등을 생산하는 두 회사의 실적은 삼성전자에 크게 좌우되지만 이번엔 달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9 판매가 기대를 밑돌았음에도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훨훨 날았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 컴퓨터, TV 등 각종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가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값이 껑충 뛴 게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MLCC는 유전체와 전극을 수백겹으로 쌓아 만든 부품이다. 전류를 필요한 만큼만 흘려보내고 각종 노이즈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의 성능이 나날이 발달하고 전기차 등 신규수요가 가세하면서 전세계 MLCC 가격은 두자릿수의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삼성전기의 경우 지난해 MLCC 평균판매단가가 20% 오른데 이어 올해는 30% 가량 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도체의 D램처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린 결과다. 이에 따라 MLCC를 담당하는 삼성전기 컴포넌트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000억원대에서 올해는 8000억원대로 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MLCC 시장은 2017년 103억달러에서 2019년 184억달러로 확대돼 2년만에 약 80%의 고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MLCC 시장 2위 업체인 삼성전기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원형전지의 쓰임새가 전동공구, 무선청소기, 전기자전거 등으로 확대되며 탄탄한 이익을 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그간 적자를 기록하던 중대형 전지가 손익분기점 수준에 다다르며 실적개선이 예상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전지 수요가 큰 폭 늘었기 때문이다. ESS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널리 사용된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글로벌 ESS 전지시장은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45%의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증권사들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SDI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석달전 4219억원에서 현재 5018억원으로 상향조정됐다.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사태 등이 겹쳐 9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점에 비춰보면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본격적인 이익 증가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중대형전지 부문은 올해 2분기 흑자전환해 회사의 이익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4조8000억원(잠정)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1분기(15조6422억원)보다 5.4% 줄었다.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가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이로써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2분기부터 이어져오던 신기록 행진이 일시 중단됐다.
다만 올해 3분기에는 17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또다시 역대 최대기록을 세울 것으로 증권사들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