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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덩치 회복보다 더 급한 숙제

  • 2018.08.07(화) 11:30

[어닝 18·2Q]5대그룹 리그테이블 ③
현대차그룹, 외형 회복 속 수익성은 악화
지배구조 개편·미래차 대응 등 난제 풀어야

올 초 현대자동차그룹은 다부지게 신발끈을 고쳐 맸다. 작년에 금융위기 이후 최악 성적표를 받아든 탓이다. 정의선 부회장으로서도 더 물러날 데가 없다는 각오였다. 완성차 쌍두마차에 권역별 경영체제를 도입해 공과(功過)를 확실히 따지겠다는 것도 그런 차원이었다. 하지만 한 해 반환점을 지나 돌아보니 과연 신발끈이 문제였나 싶다.

 

정체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장의 부진을 이겨내는 것도 중요했다. 하지만 중장기 레이스를 생각하면 친환경차, 자율주행 등 차 산업 생태계 변화에서 살아남을 체질 변화(기술 우위 확보)와 체력 증진(브랜드 가치 향상)이 더 절실하다. 지난 2분기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해 결국 무위로 돌아간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도는 그래서 더 아쉽다.

 

 

◇ 덩치는 커졌다…그러나

 

지난 2분기 현대차그룹 주요 7개 계열사(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위아·현대제철·현대건설)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총 2조632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3조700억원보다 14.3% 줄어든 규모다.
 
외형은 다소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2분기 7개사 매출은 63조6317억원으로 작년 2분기 61조716억원보다 4.2% 증가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4.1%로 작년 5%에서 0.9%포인트 낮아졌다. 적어도 수익성 회복에 앞서 몸집을 다시 불리는 전략만큼은 효과를 봤다.

 

그룹 사업의 중심축이자 맏형인 현대자동차는 그룹 평균보다 부진이 깊었다. 지난 2분기 매출 24조7119억원, 영업이익 9508억원을 기록했는데, 작년 같은 기간과 견줘 매출은 1.7% 느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29.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3.8%로 작년 2분기보다 1.7%포인트 낮아졌는데 이는 그룹 평균도 하회하는 수준이다.

 

현대차는 총 119만2141대의 완성차를 팔았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6%, 올 1분기보다 13.6% 많은 판매량이다. 하지만 환율이 도와주지 않아 판매량이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 못했고, 재고 밀어내기를 위해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고 판촉비를 늘리다보니 이익은 되레 줄었다. 하반기에도 리콜 이슈 등이 있어 수익성 개선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에서 현대차 다음으로 영업이익을 많이 거둔 건 현대모비스였다.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의 핵심 축으로 등장한 계열사다. 현대모비스는 그룹 내 두 완성차 업체가 부품을 받아준 데다 다른 완성차 업체로 매출처를 확대하는 성과가 나타나면서 외형과 수익성 모두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현대모비스는 매출 8조8835억원, 영업이익 531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2분기와 견줘 각각 3.5%, 7.9% 늘어난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6%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주력인 모듈조립 및 핵심부품(전동화·부품제조)을 합친 모듈사업 매출이 7조200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2%, 영업이익은 1155억원으로 37.8% 증가했다. 애프터서비스(A/S) 부문은 분기 매출 1조6829억원, 영업익 4157억원으로 각각 3.6%, 1.7% 늘었다.

 

◇ 지배구조 개편도, GBC도 제동 

 

모비스 다음으로는 현대제철이 돈을 많이 벌었다. 현대제철은 매출 5조4477억원, 영업익 3756억원을 냈다. 이는 작년 2분기에 비해 16.1%, 7%씩 늘린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6.9%로 현대차그룹 주요 7개사 중 가장 높았다. 작년 2분기보다는 0.6% 포인트 낮지만 올 1분기와 견주면 0.8%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다만 현대제철의 실적 호조는 그룹의 자동차산업 가치사슬 밖에 배경이 있었다. 국내 조선소들이 철강업체에 판재를 대달라는 수요가 많다보니 현대제철도 철강재 판매가 늘었고, 가격을 올려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건설이나 자동차 등의 수요산업은 위축되고 있어 하반기 수익성 유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남겼다.

 

기아자동차는 모비스, 현대제철보다도 영업이익이 적었다. 그룹 내 매출로 따지면 현대차 다음이지만 외형 회복에 주력하다보니 돈벌이는 뒷전이었다. 기아차 2분기 매출은 14조601억원, 영업이익은 3526억원이었다. 작년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3.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4% 줄어든 것이다.

 

기아차 영업이익률은 2.5%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5% 포인트 낮아졌다. 그룹내 비교 7개사 중 현대위아(1.0%)를 빼고 가장 낮았다. 원화가치 절상으로 매출이 느는 데 제한이 생겼고 재고를 줄이려고 판촉 장려금(인센티브)을 풀다보니 이익률은 낮아졌다는 게 기아차측 설명이다.

 

 

건설 계열사 현대건설은 2분기 매출 4조2401억원, 영업이익 220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0.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1% 감소한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5.2%로 1년 전보다 1.1%포인트 낮아졌다. 그룹의 강남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사업이 늦춰진 것은 건설부문 하반기 실적 탄력에 제약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룹 물류를 담당하면서 모비스와 함께 최근 지배구조 개편의 한 축으로 등장했던 현대글로비스는 매출 4조2311억원, 영업이익 180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슷한 실적이다. 이밖에 현대위아는 매출 2조570억원, 영업이익이 204억원을 냈다. 매출은 작년보다 13.5% 늘렸지만 기계관련 일회성 비용이 늘면서 영업익은 32.4%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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