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기반이 되는 국내 철강산업에 지난 3분기 볕이 들었다. 원료가격 상승과 수요산업의 부진, 중국산 철강 공급 과잉 등으로 꼬인 수급(需給) 실타래가 조금이나마 풀리면서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나아졌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여실히 보고 있는 포스코뿐만 아니라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3대 철강사가 모두 실질적으로 나아졌다고 할 만한 성적표를 내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 3사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연결재무제표 기준)은 1조685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6% 증가했다. 직전인 2분기(1조6602억원)보다는 1.5% 늘어난 것이다.
매출은 23조1461억원으로 전년동기와 견줘 8.1% 늘었고, 전분기에 비해선 0.4% 증가했다. 3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7.3%로 전년동기와 전분기에 비해 0.1%포인트 상승했다. 공급과잉이 일부 개선되면서 철강재 가격이 오른 것이 전반적으로 실적이 나아진 배경이다.
올들어 3분기까지 누계로 3사 매출은 68조2387억원, 영업이익은 5조1478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7.1%, 9.7% 늘어난 실적이다. 누적 영업이익률은 7.5%로 나타났다. 구조조정을 마친 포스코를 중심으로 사업 수익성이 정상궤도에 근접하는 모양새다.
회복세의 앞장은 포스코가 섰다. 포스코는 지난 3분기 매출 16조4107억원, 영업이익 1조531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나 급증했고, 매출은 9.1% 늘었다. 지난 7월 취임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게는 '첫술부터 배부른' 실적이 됐다.
포스코 국내 철강사업 본체만 따진(별도기준) 실적은 개선세가 더 뚜렷했다. 영업이익은 1조948억원, 매출은 7조9055억원이었는데 이는 각각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7%, 3.9% 증가한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13.8%로 치솟았다. 비철강 계열사와 해외 철강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이 9.3%인 것에 비해서도 4.5%포인트 높은 수치다.
생산 및 판매량이 2~3% 늘어난 것에 더해 제품 가격도 3~4% 상승하면서 이문에 '승수효과'가 나타났다. 포스코는 중국이 올겨울까지 감산 기조를 유지하고, 인도 등 신흥국 수요가 탄탄할 것으로 예상돼 4분기에도 호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통상임금 이슈만 없었더라면 포스코 못지않은 채산성을 올릴 수 있었다.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 패소로 치러야 할 비용을 뺀 영업이익은 376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7% 늘린 실적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2740억원이 미지급 임금 및 이자비용 등으로 빠졌다. 이를 반영한 영업이익은 10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6% 급감했다. 영업이익률도 통상임금 충당금 반영 전에는 7.2%로 최근 다섯 분기 가운데 가장 높았지만, 충당금 반영 후에는 2%로 낮아졌다.
현대제철은 통상임금 충당금이 일회성 손실인 만큼 본연의 사업 경쟁력에는 이상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동차 강판 분야를 더욱 강화하고, 전사적 비용절감에 박차를 가한다는 태세다.
동국제강도 올들어 가장 나은 분기 실적을 거뒀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1조5014억원, 영업이익 526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 영업이익은 27.4% 감소한 것이다. 다만 직전분기와 견주면 영업이익은 62.8% 늘린 것이다. 올 들어 이어진 부진을 다소나마 씻어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동국제강의 이익 개선은 조선소 수요가 늘어 수익성이 나아진 후판 공급을 뒤늦게나마 늘린 효과를 본 것이다. 후판 판매량은 22만1000t으로 지난 2분기보다 2.8% 증가했다. 동국제강 본체가 거둔 영업이익은 461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09.6%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