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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重 유증,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 2019.03.04(월) 13:22

2013년에도 건설 지원 위한 유증 단행
수익성·조달 여건 측면에서 현재와 대조적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 결정은 그룹의 재무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아우(두산건설)의 부실이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주)두산의 재정상태까지 위협하는 상황에 형님으로서, 핵심 계열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다.

그렇다고 해도 무리한 선택이라는 시각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중공업 역시 외부 차입이나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을 메워야 하는 처지에 재차 반복되는 아우의 부실에 또 다시 총대를 멜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지난 2월 공시를 통해 6084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이중 3000억원은 두산건설이 추진하는 4200억원 규모의 유증에 투입된다. 중공업이 이번 증자를 통해 확충하는 실질적인 자금은 약 3000억원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중공업은 건설의 유증에 앞서 3000억원 자금 대여로 건설의 만기 차입금 상환을 돕는다. 두산건설의 주금 납입일은 5월 10일로, 증자 대금이 들어오면 중공업으로부터 대여 받은 자금을 갚을 계획이다. 두산건설은 중공업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다시 중공업에게서 받은 투자금으로 되갚는 셈이다.

중공업은 유증으로 확보한 자금의 대부분이 계열사 지원에 사용됨에 따라 중공업 본체에 필요한 자금은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다.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 등 자구노력으로 35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할 예정이다. 이번 중공업의 증자가 사실상 두산건설 지원용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중공업의 두산건설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에도 3900억원의 유상증자와 4000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등으로 건설을 도왔다. 여기에 중공업이 세계 2위의 시장 지위를 갖고 있는 열회수보일러 사업(5716억원)도 현물출자로 넘겼다.

그래도 이때는 상황이 나았다. 당시 중공업은 건설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의 실적 개선 영향으로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2012년)대비 2배 많은 20조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도 1조원을 살짝 밑도는 정도였다. 두산중공업 계열 전반이 건설을 도와줘도 큰 무리가 없을 만큼 기초 체력이 받쳐줬다. 
 
당연히 자금 조달 여건도 우호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중공업의 신용등급이 A-(안정적)등급인 터라 보다 낮은 금리에서 대규모 조달이 가능했다. 당시 (주)두산과 두산인프라코의 신용등급도 각각 A-, A등급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건설의 부실 전이 뿐만이 아니라 중공업 자체가 위태롭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핵심사업인 발전 사업의 비중이 감소하면서 외형 축소가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로 중공업의 발전 설비 매출 규모는 2017년 3조 1598억원에서 지난해 2조 8745억원으로 내려 앉았다.

문제는 중공업의 일감 부족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공업은 국내 신규 원전 6기의 도입이 백지화 된 가운데 2018년초 예상했던 인도 AP1000의 발주가 2020년으로 이연되는 등 해외 수주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풍력발전사업, 가스터빈,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사업 방향을 틀었지만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매출 감소세로 수익성마저 꺾이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신사업에 들어갈 운용 자금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채무상환능력 또한 저하될 수밖에 없다.

중공업이 올해 대응해야 하는 단기성 상환 부담 규모는 약 4조원. 지난해 9월 중공업의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인 2조 4000억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중공업이 이번 유증을 통해 확보한 6084억원을 온전히 차입금 상환에만 써도 크게 모자란 수치다.

신용도에는 벌써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두산건설 관련 부담을 우려, 중공업의 신용등급을 BBB급으로 잇따라 내렸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6일 두산중공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종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내리고,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같은날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도 A3+에서 A3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는 "원전발주 중단과 신사업 성과가 지연되고 있어 인력 재배치 등 수익성 개선 노력에도 당분간 추세 반전은 어렵다"며 "현재 37.8% 수준의 차입금 의존도가 40%를 넘어설 경우 추가적인 등급 하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도 중공업의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하향검토 대상으로 조정하며 추가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유상증자를 통한 차입부담 완화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현금창출력 대비 높은 차입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신용평가도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의 유상증자 진행과정, 자산매각 등의 재무개선안 이행수준, 향후 영업현금창출력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주요 두산그룹 계열사에 대한 최종 신용등급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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