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진에어가 4년 연속 배당에 나선다. 이른바 '물컵갑질'로 촉발된 경영환경 악화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은 더 늘렸다.
진에어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주당 3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1.6%의 시가배당률에 따라 배당총액은 90억원이다. 이는 75억원이었던 지난해 보다 20% 늘어난 금액이다.
진에어는 첫 배당을 시작한 2015년 이후 4년 연속 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배당 첫 해인 2015년에는 주당 2000원으로 총 108억원을 지급했고 2016년에는 전년 대비 20% 늘린 135억원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당시 배당금 전액은 진에어 지분 100%를 소유한 한진칼이 모두 가져갔다.
다만 진에어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2017년에는 배당금이 1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당시 진에어는 LCC업계의 높은 성장세에 힘입어 순이익 규모가 사상 최대치인 741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배당금은 전년 대비 45% 낮춘 75억원을 지급해 주주들을 당혹케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진에어의 상장으로 최대주주인 한진칼의 지분이 100%에서 60%으로 희석되자 배당 전략을 바꾼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올해도 총 배당금은 90억원으로 100억원 밑선이지만, 진에어의 악화된 경영 환경을 고려하면 적정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진에어는 작년 4월 촉발된 오너 일가의 물컵 갑질 여파로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됐다. 여기에 불법 임원 등기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면허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도 맞았다.
우여곡절 끝에 면허는 유지됐지만 정부의 사업 제한 조치로 신사업 등 전반적인 경영 활동이 위축된 상태다. 이로 인해 진에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29억원으로 전년대비 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40% 빠진 445억원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에어가 배당 규모를 늘린 건 한진그룹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한진그룹은 지난 2월 그룹 경영발전 방안의 하나로 주주 중시 정책을 제시했다. 먼저 한진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50%를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각 계열사는 기업설명회(IR)를 정기적으로 열어 주주와의 소통도 강화하고, 그룹 주요 경영 성과 및 계획도 조기에 공시하기로 했다.
진에어가 다시 배당 확대 기조로 돌아서면서 한진칼의 배당 수익도 더욱 짭잘해질 전망이다. 한진칼은 진에어가 배당을 시작한 이래 4년간 총 342억원의 배당 수익을 챙겨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