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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주주' KCGI와 국민연금의 엇갈린 행보

  • 2019.04.24(수) 10:03

KCGI, 지분 추가 매입...한진家 경영 승계 위협
연금, '팔자 기조' 뚜렷...경영권 분쟁 발 빼기?

한진그룹의 경영 승계 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한진칼 주주인 KCGI와 국민연금의 엇갈린 행보가 시선을 끈다. 2대주주인 KCGI는 한진칼 주주총회 이후에도 꾸준한 지분 매입을 통해 한진그룹 경영권을 더욱 압박하고 있는 반면,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줄이기가 한창이다.

시세차익 실현에 나선 것일 수도 있지만, 일각에선 향후 더 치열해질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 서서히 발 빼는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KCGI, 주총 후 열흘 새 지분 0.79%p 더 늘려...13.47% 확보

22일 재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KCGI는 지난 3월 29일 치뤄진 한진칼 주총 이후에도 보유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KCGI가 현재까지 가지고 있는 한진칼 지분은 13.47%로 주총 전날인 3월 28일 12.68% 대비 0.79% 포인트 증가했다. 이로써 단일 주주로는 최대인 조양호 회장(17.84%)과의 지분율 격차가 4.37%로 좁혀졌다.

KCGI의 지분 매입 과정은 꽤 공격적이다. 주총 전 이미 법원의 의안가처분신청 패소 결정으로 패색이 짙었음에도 불구, 주총 당일 30억원을 들여 한진칼 지분 11만 8133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이후 4번의 장내 매수를 통해 23만 2940주를 약 60억원에 사들였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타계 소식이 전해진 8일에도 5억원을 투입해 2만 584주를 추가 매수했다. 주총이 끝난지 열흘도 안돼 100억원을 들여 총 37만주를 추가로 확보한 셈이다.

KCGI의 이런 행보는 한진칼 경영권 확보를 위한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KCGI는 지난달 한진칼 주총을 목전에 두고 갑작스레 주주제안 자격을 잃었다. '한진칼 지분 보유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는 자격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2대주주로서 주총 안건을 상정 조차 못한 것은 물론, 작년11월부터 준비한 한진 일가와의 경영권 대결은 제대로 겨뤄보지도 못한 채 싱겁게 끝냈다. KCGI가 내년 주총을 벼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내년은 KCGI가 경영권 대결을 펼치는 데 있어 올해 보단 한결 수월하다. 한진그룹의 상징적 인물인 조양호 회장이 자리를 떠난 데다 마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도 내년 주총 전에 끝이 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재 보유 지분에 6.41%만 추가로 확보하면 주총 일반결의 사안(출석주주 과반 찬성시 통과)에서 우위도 점할 수 있다. KCGI의 지분 매입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KCGI의 꾸준한 지분 매입은 앞으로 전개될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 적잖은 위협 요소가 될 전망이다.

한진 일가는 조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승계 문제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조 회장의 세 자녀는 조원태 (2.34%), 조현아(2.31%), 조현민(2.30%)로, 각각 한진칼에 대한 지분율이 현저히 낮다. 조원태 사장의 승계가 점쳐지고 있지만 결코 순탄치 않아 보인다. 조 사장이 아버지, 즉 조양호 회장(17.84%)의 지분을 받기 위해선 수천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23일 기준(종가가 3만 6700원)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 가치는 약 3873억원 규모. 상속세율 50%를 단순 적용할 경우 1936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상속세 부과에 따른 할증률 20%~30%를 가산할 경우 상속세 규모는 2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진 일가가 동원할 수 있는 현금 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조 사장의 상속세를 한진 일가의 보유 지분으로 갈음하게 되면 KCGI의 지분 격차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현재 조양호 회장과 3남매 지분율은 총 24.82%로, KCGI의 지분율(13.47%)과 11.35%포인트 차에 불과하다. 조 사장이 경영권을 이어 받아도 향후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연금, 한진칼 지분 4% 대...1년 전 대비 절반 '뚝'

KCGI와 달리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줄여가고 있다. 한진칼이 지난 23일 공시한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4.11%로, 1년 전(11.58%) 보다 절반 넘게 줄었다.

특히 KCGI의 경영권 개입이 시작된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팔자' 기조가 확연했다. 한진 일가의 경영권 변화가 예상되면서 주가가 급등하자 시세차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서도 국민연금은 20번의 장내 매도와 15번의 매수 과정을 거쳐 지분율을 한껏 낮췄다. 3월 말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KCGI와 한진그룹 간의 경영권 대결이 본격화 된 2~3월에 집중적으로 물량을 털어냈다.

다만 국민연금의 이런 매도 기조는 이전의 투자 패턴과 크게 다른 모습이라는 점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매수와 매도를 적절히 조절하며 10% 대 안팎의 지분율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하지만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작년 4월 이후 투자 패턴이 '매도'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KCGI와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지분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적기관의 지위에서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기가 부담스러운 만큼 서서히 발을 빼려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이런 태도는 지난달 한진그룹 주총에서 어느 정도 감지됐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의 일환으로 올해 주총부터 강력한 주주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열린 한진칼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어떠한 주주권도 행사하지 않았다. 이틀 전 열린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4월 이전까지 한진칼의 주가 변동폭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순 차익 실현을 위한 지분 매각으로만 보긴 어렵다"며 "이전의 투자 패턴과 크게 다르고 보유 지분이 급격히 줄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더 치열해질 한진그룹과 KCGI간의 경영권 대결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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