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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정유맨' 김준 SK이노 사장의 배터리 올인

  • 2019.05.31(금) 14:36

정유와 인연 깊어…최근 배터리사업 몰두
LG화학과 소송전…임기 마지막해 결말 주목

"올해는 또 하필이면 정신이 없어서 소회까지는…"(2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중)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은 취임 3년차다.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직에 있다가 2017년 초부터 SK이노베이션 대표직도 겸임했다. 2018년부터는 조경목 현 사장에게 SK에너지 수장 자리를 넘기고 SK이노베이션에만 오롯이 집중했다.

김 사장은 올해가 지나면 3년 임기를 마친다.

김 사장은 그간 숨가쁘게 달려왔다. 그는 회사 본업인 정유사업에서 다른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회사에서 '미래 먹거리' 배터리·소재·화학 등 성장사업 자산비중을 현재 30%에서 6년 뒤인 2025년에는 60%까지 늘릴 계획이다.

다만 김 사장은 비정유, 그 중에서도 특히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근무시간 가운데 배터리에 쏟는 시간을 "24시간"이라 답할 만큼 무한한 관심을 쏟고 있다.

◇ 정유맨의 '변신'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

김 사장은 1987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한 이래 대다수의 시간을 정유사업과 함께 했다. 그는 SK이노베이션 사장직에 오르기까지 SK네트웍스 S모빌리언 본부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업지원팀장을 경험한 뒤 SK에너지에서 에너지전략본부장, 사장직을 거쳤다.

김 사장은 SK그룹의 기름 관련 사업을 사실상 총괄한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로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인천석유화학 등 다양한 자회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공식 직책은 아니지만 '총괄 사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자회사들은 원유에서 휘발유 등 제품을 뽑아내거나, 이를 토대로 한 화학사업을 벌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김 사장은 수시로 계열사 사장들과 회의 자리를 갖는다. 사업 이해도가 높은 만큼 회사 현황, 사업방향 등을 논의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기획 및 전략부문에 잔뼈가 굵다.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 필요한 직군을 오랜 기간 경험한 셈이다.

김 사장 취임 시기는 SK이노베이션이 처한 상황과도 잘 맞았다. SK이노베이션은 기름을 쓰지 않는 순수 전기차가 등장함에 따라 정유 외적인 부분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체질개선'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런 그가 주목한 것은 전기차 배터리였다. 배터리는 필수 재료인 전해질, 분리막 등이 화학사업의 영역이었다. 정유사업을 잘하면 그와 연관된 화학, 더나아가 경쟁자인 전기차 영역에서도 성과를 내는 선순환 고리가 생기는 셈이다.

다만 김 사장이 SK이노베이션에 왔을 당시 전세계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차지하는 위상은 높지 않았다. 경쟁사인 LG화학, 삼성SDI에 비해 사업 시작이 늦었기 때문이다. 그가 취임했을 당시 SK이노베이션은 경쟁사와 달리 배터리 생산기지도 국내 충남 서산 한 곳 뿐이었다. 해외에는 공장이 전무했다.

다만 김 사장의 취임과 함께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3월 헝가리 코마롬 제1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여러 지역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올해 3월에는 미국 조지아주에도 배터리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이 되면 해외 배터리 공장은 미국, 중국, 헝가리(1·2공장) 등에 4곳이 준공된다. 이 회사는 3년 뒤면 충남 서산공장(현 연산 4.7기가와트시(GWh))을 포함해 차 배터리 연간 생산능력이 60GWh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배터리 사업 누적 수주잔고는 올해 3월말 기준 430GWh로 2년새 13배 늘어나며 생산능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SK그룹의 빠른 의사결정을 배터리 사업확대 원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세계적 미국 석유회사 엑슨모빌과 달리 우리는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생존이 걸렸기 때문"이라며 "엑슨모빌은 다른 사업 영역으로 나아가기엔 의사결정 과정이 매우 보수적이지만 SK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 배터리 앞날은?

다만 김 사장이 애지중지하는 배터리 사업이 '꽃길'만 걷는 것은 아니다. LG화학이 올해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현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대상으로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올해를 정신없는 한 해로 규정한 이유다. ITC는 29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이 실제 LG화학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는지 조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두 회사는 ITC에 배터리 관련 기술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행보가 관건이다. 각사가 제출하는 자료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될 경우 산업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산업부가 이를 불허할 경우 소송이 지연되거나 소송절차가 중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산업부가 증거제출을 허가하지 않을 경우 소송이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LG화학이 또 다른 방식으로 소송을 재차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이 SK이노베이션에서 마지막이 될수도 있을 한 해가 배터리와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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