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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스, '영업이익' 버린 이유는?

  • 2019.07.02(화) 15:45

LPG 트레이딩 도입물량 4년새 2배 이상 급증해
파생상품 등으로 영업외이익 비중도 덩달아 증가

기업의 수익성을 가늠할 때 자주 거론되는 지표는 '영업이익'이다. 회사가 본연의 영업활동을 해 얻은 수익으로 매출액에서 판매 및 관리비, 매출원가 등을 빼 얼마나 '영업을 잘했는지'를 나타낸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중인 '영업이익률'은 기업 수익성을 체크하는데 자주 쓰인다.

그런데 SK가스는 다르다. 올해 1분기부터 공시한 기업설명회(IR) 보고서에 적시된 사업부문별(가스사업부, 에너지 발전 등 기타사업부) 실적으로 영업이익이 아닌 세전이익(법인세비용 차감 전 순이익)이 적혔다. SK가스는 왜 세전이익에 주목할까.

◇ 가스회사서 핵심된 '금융상품'

SK가스는 액화석유가스(LPG)를 수입해 국내외 가정용, 산업용, 수송용으로 공급하는 가스 유통업체다. 회사 실적에서 가스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 100%에 달해 해당 사업 의존도가 높다.

SK가스는 과거 단순 국내유통에 치중했던 것과 달리 LPG 해외거래(트레이딩)를 늘리고 있다. 해외 LPG 판매실적은 지난해 연간 624만톤으로 4년전 310만톤과 비교해 두배이상 늘었다.

다만 SK가스는 LPG 수출량 확대와 함께 '시장위험'이란 반대급부를 얻게 됐다. 회사는 LPG를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으로부터 장기계약으로 공급받는다.

다만 공급가격이 항상 일정하지 않다. LPG 업계 '큰손'인 사우디 국영 기업 아람코가 매월 기간계약(CP) 기준 월별 프로판, 부탄 가격을 결정하면 국제시세도 이에 영향을 받는다. 유가 역시 LPG 가격에 파급력이 있다.

만일 아람코가 CP 기준가격을 내린다고 가정하자. SK가스는 비싼 가격에 LPG를 사 싼 가격에 이를 판매해야 한다. 그만큼 손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SK가스는 파생상품을 선택했다. LPG를 포함해 여러 원자재가 거래되는 영국 런던 대륙간거래소(ICE),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페이퍼 스왑 계약 체결했다. 특정기간 고정된 계약금액을 설정한 뒤 실제 거래가 이뤄질 때 차액을 정산받는 구조다.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을 그만큼 회피(헷징) 가능하다.

SK가스는 지난해말 LPG 607만톤분의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했다. 연간 거래량의 97.3%에 달한다. 회사는 여기서 얻은 거래손익이 154억원에 달한다. 전체 영업이익 1030억원의 15%에 이른다.

SK가스가 처한 대외변수는 또 있다. 환율변동에 따른 환위험이다. 환율변동에 따라 정산받는 판매대금이 달라지는 만큼 환율이 높을 경우 그만큼 돌려받는 금액(원화)도 커진다. 다만 반대면 손익감소로 이어진다. LPG 거래량이 늘면 늘수록 환위험에 노출되는 정도가 커진다.

SK가스는 환율변동을 회피하기 위한 선물환 계약을 미즈호은행, KEB하나은행과 맺었다. 계약금액은 각각 7억5175만달러, 1억5430만달러에 이르며 약정환율은 1106.25~1135.4원이다.

이 환율을 기준으로 선물환 매수(미래 시점 가격으로 원화를 외화로 환전), 선물환 매도(외화를 원화로 환전)가 가능하다. 회사는 이 상품으로 352억원을 벌었다. 연간 영업이익의 34.2%에 육박한다.

◇ 이 모든게 '영업외손익'

이런 파생상품들은 영업손익에 잡히지 않는다. 회사 본업으로 번 이익이 아닌 만큼 영업외손익에 잡힌다.

영업손익이 영업관련 활동으로 얻은 손익이라면 영업외손익은 외환차익, 이자손익 등 비영업활동으로 인한 실적을 포함한다. 세전이익은 영업손익과 영업외손익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세전이익에서 법인세 비용을 뺀 것이 순손익으로 '기업이 손에 실제 쥐는 현금'에 더 가까워진다. 지난해 연간 세전이익 1182억원 기준으로 가격변동, 환율변동 파생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3%, 29.8%에 이른다.

SK가스의 고민이 깊어졌던 지점이다. 사업부 실적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자니 파생상품으로 인한 손익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파생상품 성적표가 담길 수 있는 세전이익으로 사업부를 평가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대기업들은 제품을 만드는 기계설비 등의 자산가치 감소를 일정기간마다 반영하는 '감가상각비'를 세전이익에 더한 상각전영업익(EBITDA)을 사업부 평가에 주로 쓴다.

다만 SK가스는 지난해 9월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보유분을 포함해 부동산 개발회사 SK디앤디 지분 27.5%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등 유형자산 비중이 크지 않아 세전이익 중심으로 평가를 이어가려 한다.

SK가스 관계자는 "트레이딩 물량이 많다 보니 유가가  출렁일대마다 영업이익 변동성이 너무 커졌다"며 "변동폭을 줄여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파생상품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생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내부적으로 영업이익에 따른 사업부 평가 필요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앞으로 세전이익 중심으로 사업실적 평가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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