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또 LG화학을 추월했다. 저렴한 원료비, 고부가 제품 덕에 수익성을 간신히 보존한 결과다. LG화학이 전지부문 손실로 실적이 저조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화케미칼은 태양광부문 선전에도 화학부문 부진에 맥을 못췄다.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 시황이 살아나며 실적 하락폭을 최소화했다.
◇ 아련한 영업이익 1조
비즈니스워치가 8일 집계한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4개사 올해 2분기 매출(연결기준)은 총 14조8834억원으로 나타났다. 전기 대비 7.3% 늘었지만 전년동기대비 1.3% 줄었다.
영업이익은 총 8501억원으로 3분기 연속 1조원을 밑돌았다. 전년동기대비 반토막 났다. 금액상으로 8923억원이 빠졌다. 영업이익률은 5.7%로 두 개 분기 연속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화학사들 실적 전반 '타격'
롯데케미칼 2분기 연속 선두
주요 화학제품 수요가 약세를 보였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며 여러 화학제품에 두루 쓰이는 에틸렌 가격은 지난달 말 톤당 761달러를 기록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점이었던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가격이 약 절반 하락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셰일혁명'으로 원가경쟁력을 지닌 미국 화학사의 공급과잉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재료비 절감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 만큼 수요가 약세를 보였다. 화학제품 원료 나프타 가격은 6월말 톤당 516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22.1%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원재료의 하나인 두바이유 가격이 올해 4월 70달러선에서 6월 60달러대까지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나프타는 원유에서 뽑아낸다.
◇ 롯데케미칼, 우울한 1등
롯데케미칼은 영업이익 기준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나프타 가격 하락, 시황을 덜 타는 고부가 제품 판매 등이 수익성 악화폭을 줄였다. 웃지 못할 선두다.
롯데케미칼은 매출 4조346억원, 영업이익 3461억원을 거뒀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6.8%, 영업이익은 반토막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8.6%로 같은 기간 절반 가량 빠졌다.
주력 사업이 부진했다. 올레핀부문 영업이익은 2252억원으로 1년전 대비 반토막 났다. 아로마틱스(방향족)부문 영업이익은 이 기간 약 절반이 날아간 504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화학제품 수요가 예전만 못했다.
LG화학은 매출 7조1774억원, 영업이익 267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1.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2%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3.7%로 지난해 2분기를 고점으로 하락세다.
전지부문 영업손실액이 1280억원으로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화재로 불거진 충담금 설정에 더해 자동차전지 대규모 투자비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주력사업 석유화학부문은 제품수요 약세로 1년새 영업이익이 42.3% 줄어든 3822억원으로 집계됐다.
금호석유화학은 다른 화학사 영업이익이 기본 반토막 나는 상황에서 선전했다. 영업이익 1389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9.5%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10.7%로 2분기 연속 10%를 유지했다.
합성고무 사업이 제 역할을 했다. 영업이익이 600억원 안팎으로 전체 이익 절반 가까이를 담당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실적호황을 이끈 페놀유도체 사업 영업이익이 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저조하면서 생긴 공백을 메꿨다. 합성고무는 2012년부터 공급과잉에 빠진 이래 여러 해 동안 수익성 악화에 허덕였다.
한화케미칼은 부진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영업이익이 97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반토막 났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밑도는 상황이다. 영업이익률은 4.1%로 두 개 분기 연속 4%대 초반이다. 태양광부문 영업이익이 372억원으로 2분기 연속 흑자를 거뒀지만, 기초소재부문 실적이 502억원으로 1년새 72.4% 감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