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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 가전 명가의 '결이 다른' 전략

  • 2019.09.03(화) 12:33

삼성, 비스포크 ·세로TV 등 디자인으로 신세대 공략
LG, 노크온 매직스페이스와 OLED 라인업 더 '확장'

국내 가전시장 맞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냉장고, 텔레비전(TV)에서 서로 다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 출생해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오르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는데 주안점을 둔데 반해, LG전자는 기능성을 중시한 정통 가전 마케팅 전략을 구사 중이다.

◇ 맞춤형 전략이 '경쟁력'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프로젝트 프리즘'을 새로운 사업방향으로 잡았다. 빛을 굴절시켜 빨·주·노·초 등 다양한 색깔을 내는 프리즘처럼 소비자들의 다양한 생활습관과 취향을 저격하는 '맞춤형 가전'을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기능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개성을 반영한 소비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삼성전자가 올해 6월 내놓은 '비스포크' 냉장고가 대표적이다. '맞춤 정장'이란 어원과 같이 소비들 취향에 맞는 냉장고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장(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6월 4일 비스포크 냉장고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삼성전자는 개개인에 맞춤형 비스포크를 제공하기 위해 디자인에 방점을 찍었다. 비스포크는 흰색, 곤색 등 9가지 색상과 금속, 유광 및 무광 유리 3가지 소재, 김치냉장고와 프리스탠딩을 포함해 1문형에서 4문형에 이르는 8가지 제품 가짓수를 조합해 2만2000개의 다양한 조합을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제품 전면에 그 흔한 액정표시장치(LCD), 버튼 등을 부착하지 않는 등 디자인 일체감 구현에 특히 노력했다.

소비자가 이사를 가거나 결혼, 집안 인테리어 변경 등의 필요에 따라 여러 냉장고 배치를 조합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줬다. 삼성전자는 최근에는 냉장고에 사진, 펜화 등을 넣을 수 있게 '비스포크 디자인 공모전'을 실시하며 디자인 다양성이란 강점을 더 어필하는 중이다.

지난 4월 29일 공개된 삼성전자 더 세로 TV/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TV에서 일찌감치 소비자 맞춤형 전략을 내놨다. "매우 개인적인 소비자들의 취향, 열망 등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목표의식으로 2017년부터 이른바 '라이프 스타일 TV'를 공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매년 TV 외관이 고풍스러운 '더 셰리프', 꺼져 있을 때 유명 작가의 그림을 띄우는 '더 프레임'이 매년 신제품이 출시됐다.

올해부터는 '더 세로'가 라이프 스타일 TV에 포함된다. 이 제품은 젊은 세대가 많이 쓰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 연동해 TV가 세로로 돌아가는 특징을 지닌다. TV를 시청하지 않을 때도 세로로 놔둬 인테리어로 연출할 수도 있다.

◇ 기능을 더 '확장'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사진=LG전자

LG전자는 냉장고, TV에서 삼성전자와는 다소 다른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디자인 등 개인의 맞춤형 취향을 중시하는 경쟁사와 달리 기능성에 초점을 두고 '확장 전략'을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2017년부터 1도어, 업소용 냉장고 등을 제외하고 프리미엄 모델에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를 냉장고 전 모델에 적용했다. 컴프레서 모터가 사방으로 회전하는 것이 아닌 직선으로만 움직이도록 해 에너지 효율이 일반 인버터 컴프레서보다 18% 이상 좋다. 냉장고에 이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LG전자가 최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에 인버터 컴프레서 방식을 사용한다.

LG전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8K 88인치 TV/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LG전자는 밖으로 보이는 기능에도 관심을 둔다. 도어에 별도 수납공간을 마련한 '매직스페이스', 도어를 두 번 노크해 내용물이 비치는 '노크온'을 양문형, 프렌치도어, 세미빌트인, 더블매직스페이스, 얼음정수기냉장고 등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이 기능은 2016년 수천만원대 시그니처 냉장고에 처음 적용됐다.

TV에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업을 더 넓힌다. LG전자는 올해 6월 8K 해상도 88인치 OLED TV를 내놨다. 종전 55·65·77인치 라인업에서 초대형 인치가 더 포함됐다. OLED는 화면을 이루는 화소가 스스로 빛을 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쓴 TV와 비교해 색 재현력이 높고 시야각이 넓은 등 여러 장점을 지닌다.

◇ 장점, 외연을 넓게

두 회사는 장점의 외연을 넓히는 노력도 하고 있다. 디자인과 기능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나오는 더 프레임과 더 세리프에 QLED 기술을 적용했다. 이전 세대 제품이 LCD 패널을 사용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QLED는 LCD 패널 위에 '퀀텀닷 필름'을 입혀 색재현력을 높였다. 더 세로도 QLED 기술이 적용됐다.

LG전자는 가전과 가구를 결합한 개념의 냉장고 'LG 오브제'를 지난해말 공개했다. 주변 가구와 조화를 이룰 수 있게 외관을 원목으로 제작했다. 40ℓ의 작은 용량으로 침대 옆에 놔둬 협탁, 화장대 등으로 쓸 수 있다.

LG전자 롤러블 TV/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는 OLED TV에도 디자인을 접목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월 미국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세계 최초로 롤러블 OLED TV를 공개했다. 외관에 리얼 알루미늄을 적용했고 쓰지 않을 경우 본체 속으로 화면을 말아 넣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게 했다. 롤러블 TV는 세계 3대 디자인상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 최고상을 받았다.

앞서 LG전자는 패널 뒤에 강화유리를 적용한 '픽처 온 글래스', 얇은 두께로 벽과 일체감을 주는 '월페이퍼' 등 OLED TV를 내놓는 등 디자인 혁신에 관심을 기울였다.

업계 관계자는 "TV, 냉장고에서 삼성은 밀레니얼 세대 등의 라이프 스타일, LG는 기능성에 초점을 뒀다"며 "각자 소비자 필요에 따라 제품 연구개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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