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그간 음식물 보관 등 냉장고 자체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지펠' 브랜드를 필두로 1997년 국내 최초 양문형 냉장고, 2012년 냉동고를 냉장고 아래로 내린 제품, 2013년 내장고를 안쪽과 바깥쪽으로 나눈 '쇼케이스' 제품 등을 출시했다.
2010년 중반부터는 냉장고 문을 열때 외부 바람이 유입되지 않게 막아 식재료를 신선하게 보관하는 기능을 더한 '셰프컬렉션'을 내놓는데 이른다. 전면에 액정표시장치(LCD)를 추가하고 인터넷 작업이 가능케 한 '패밀리허브'는 냉장고 기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시도였다.
다만 삼성전자가 4일 공개한 냉장고 '비스포크'는 이전 제품들과 궤를 달리한다. 각기 다른 소비자들의 취향에 무게를 뒀다. 구매자들에게 '먹는 만족감'에 더해 '보는 즐거움'을 더하는 목적이다.
◇ 냉장고 '내 맘대로'
비스포크 냉장고는 제조사들이 최근 내놓는 제품들과 외관부터 다르다. 냉장고, 냉동고 온도를 알려주는 흔한 LCD 하나 없다. 냉장고 문을 열지 않고도 내부를 볼 수 있는 경쟁사의 '노크온 매직스페이스'처럼 숨겨진 기능도 전무하다.
비스포크는 기능이 아닌 디자인 자체에서 승부를 걸었다. 맞춤형 양복, 주문 제작을 뜻하는 비스포크 이름 그대로 소비자는 입맛대로 제품을 고를 수 있다.
구매자는 냉장고 구매 전 제품 앞면을 취향에 맞게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하얀색, 회색, 곤색, 민트, 분홍색 등 9가지 색상과 3가지 소재(금속, 유광·무광 유리)가 선택지다.
구매 이후에도 전면 색상, 재질을 언제든 변경할 수 있다. 이사를 가더라도 집안 분위기에 맞게 제품 전면을 입맛대로 교체해 새 것처럼 다시 쓸 수 있다.
비스포크는 주방 인테리어와의 조화도 모색했다. 냉장고 깊이를 700㎜ 이하로 설계해 제품 전면이 싱크대 앞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최대한 막았다. 제품 높이는 1853㎜로 모두 통일됐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빌트인 가전' 효과를 삼성전자는 노렸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공간 활용성도 높였다. 소비자들이 김치플러스, 1문형(냉장고·냉동고·김치냉장고·변온냉장고), 2문형(상냉장, 하냉동), 4문형(키친핏·프리스탠딩) 냉장고를 조합해 하나의 제품처럼 쓸 수 있다. 제품 가짓수는 총 8개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소비자가 2만2000개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방뿐만 아니라 거실, 안방 등 어느 곳에나 어울리는 조합이 가능하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밖에 국내 유명 디자인 스튜디오인 '슈퍼픽션(SUPERFICTION)'의 인기 캐릭터를 제품 전면에 적용한 6종 제품도 출시 후 1년 동안 한정 판매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문형 제품을 사용하던 1인 가구 소비자가 결혼을 하면서 1문형을 추가로 구매하거나, 자녀가 생겨 4문형 키친핏 제품을 하나 더 붙여 사용해도 원래부터 하나의 제품인 것처럼 전체 주방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 '취향저격'은 계속된다
비스포크는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부문의 소비자 맞춤형 전략의 일환이다. 삼성전자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소비자들의 생활습관과 취향이 반영된 '맞춤형 가전'을 앞으로도 만들어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부문을 담당하는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은 환영사에서 "밀레니얼을 중심으로 다양한 세대에 나만의 취향과 경험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삼성이 각양각색의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담아 내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스포크 냉장고 출고가는 104만~484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