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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씽킹맵]'행복지상주의' SK 최태원의 사회적 가치

  • 2019.12.17(화) 14:19

최태원 회장 "이해관계자 행복 수치화 중요"
지속가능성에 올인..딥체인지로 혁신산업 육성

재계는 안팎으로 변화의 시기다. 다가오는 2020년은 올해보다 더 간단치 않은 사업 환경에 놓일 것이라는 예상이 짙다. 주요 대기업 내부에도 세계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를 헤쳐내야 할 대기업집단 총수들의 머릿속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준비하는 CEO들의 경영 판단과 생각의 방향을 주요 열쇳말로 추려 들여다봤다.[편집자]

요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자타공인 '행복전도사'다.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재계 3위 SK 역시 만만찮은 사업적 현안이 널려 있지만 개별적인 사업 이슈를 드러나게 거론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사회적 가치', '행복'을 앞에 둔 기업의 역할을 내세우는 자리에만 얼굴을 비치고 목소리를 낸다.

2015년 사면복권으로 경영일선에 돌아온 그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SK그룹 총수로서 사업적 의사결정과 전략적 경영판단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안은 여전히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일임해 두고 '지속가능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 설파에 몰두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 또 겉으로는 그렇다.

사회적 가치 = 이해관계자 행복

요즘 SK그룹을 넘어 남의 집(?)의 행복까지 챙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이런 변화를 혼자서는 하기 어렵다"는 게 최태원 회장 지론이다. 지난 3 일에는 재계 6위 포스코에 특별 연사로 러브콜을 받아 그가 가진 '사회적 가치'에 대해 상당히 소상하게 설명하는 자리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가 말한 핵심은 "사회적 가치란 바로 이해관계자의 행복"이라는 말에 있었다.

최 회장은 "선대 회장 때부터 SK의 화두는 영구히 존속 발전해야 한다는 것인데,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회 안에 지속가능한 회사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SK의 사회적 가치란 남의 행복을빼앗아 나 자신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가 행복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기업으로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라고 설명했다.

더블 바텀 라인(DBL)

사회적 가치를 그룹 내에 체화(體化)하려는 최태원 회장이 방법론으로 꺼내 든 것이 '더블 바텀 라인(DBL)'이란 회계 기법이다. 기업은 매출, 영업이익 같은 경제적 이익을 계산해 손익계산서 가장 끝단(Bottom Line)에 순이익을 기재한다. 더블 바텀 라인은 여기에 기업이 만들어낸 고용, 납세, 배당, 환경, 지배구조 등을 망라한 사회적 가치를 손익계산서 형태로 덧붙인 것이다.

단순한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숫자로 측정해 성과를 계량해야 목표의식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게 최 회장 생각이다. SK그룹은 지난해 30조원의 경제적 가치(순이익)를 창출했지만 사회적 가치는 절반 가량인 16조원에 그쳤다는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금은 측정방식이 완전하지 않겠지만 일단 시작해서 개선해 나가다보면 더 나은 계측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딥 체인지(Deep Change)

이런 SK의 변화를 기업의 근간인 사업까지 아우르는 최태원 회장의 언어는 바로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다. 첫 언급은 2017년 신년사에서였다. 그는 올해 이천포럼에서도 "AI(인공지능), DT(디지털전환) 등 혁신기술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고객 행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성원들이 생각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딥 체인지를 번지점프로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딥체인지의 최종 종착역은 행복이고, 행복하기 위한 도구를 여러분과 함께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변화가 내 행복이구나'라고 생각하는 레벨로 치환하는 번지점프를 뛰어야 그 다음 이야기, 새로운 경험이 시작된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5대 육성 분야

최태원 회장이 자주 외부에까지 언급하지는 않지만 사업적 고민 역시 그의 머릿속 한편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지난 9월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SK 회장을 맡은 지 20년 동안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위기는 처음 맞는 것 같다"며 미중 무역분쟁, 한일관계 경색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그 어느때보다 커졌다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게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것이라면 단순하게 끝날 것 같지 않다"며 "적응하는 법을 찾아야한다"고도 했다. 이런 상황의 돌파구로 삼고 있는 것이 SK의 5대 육성분야다. ▲반도체 및 소재 ▲에너지 신산업 ▲헬스케어 ▲차세대 정보통신기술 ▲미래 모빌리티 등이 그것이다. 통신과 정유 등 내수형 규제산업으로 지금까지의 SK가 커 왔다면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하는 것이 SK와 최 회장에게 과제인 셈이다.

최태원 SK회장이 올해 초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9확대경영회의에서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사진=SK그룹 제공
세기의 이혼소송

최태원 회장 개인사이긴 하지만 SK그룹 지배구조 측면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사안도 있다.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동거인(김희영 T&C재단 이사장)과 혼외자녀의 존재를 밝히며 이혼 소송을 낸 상태고, 이에 가정을 지키겠다는 뜻을 밝혀오던 노 관장은 최근 입장을 바꿔 맞소송을 냈다.

관건은 노 관장이 최 회장에게 그가 보유한 ㈜SK 주식의 42%를 나눠줄 것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SK가 지주사인 만큼 향후 재판결과에 따라 그룹 경영권까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밖에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벌이는 배터리 사업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도 그에게 꽤나 신경 쓰이는 법적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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