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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독일공장은 돌아가는데…현대차, 왜 멈췄나

  • 2020.02.06(목) 11:11

와이어링 하네스 부족에 한국차 공장가동 중지
중국에 몰린 협력업체 공장…"안타까운 현실"
"유럽·일본 차 회사는 부품 생산지역 이원화"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된 국내 자동차 산업이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냈다. 핵심 부품이 중국 공급 망에 지나치게 편중된 상태였고, 리스크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주요 부품 조달 지역을 이원화해 비상사태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는 독일, 일본 완성차업체들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현대차는 지난 4일 울산공장 등 일부 공장의 라인을 멈췄다. 오는 7일부터는 모든 공장의 가동이 닷새간 중단된다. 기아차는 감산에 들어갔다. 현대차 3만4000대, 기아차 2만9000대가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차도 지난 4일부터 오는 12일까지 공장 문을 닫는다. 한국GM도 공장 가동 중지를 검토 중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일제히 공장 가동을 중지하는 이유는 공급차질을 빚고 있는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 탓이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자동차의 전기, 전자적 신호 체계를 전달하는 일종의 '전선 뭉치'다. 사람의 신경이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박재열 두원공과대 자동차과 교수는 "자동차의 엔진, 제동, 변속기, 조향 등 부품과 연결되는 전기선과 통신선의 모듈이 와이어링 하네스"라며 "어떻게 보면 엔진보다 좀 더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와이어링 하네스를 유라코퍼레이션, 경신, 티에이치엔 등 국내 1차 협력업체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협력업체는 국내에 본사와 연구소를 두고 있지만 생산 공장은 중국 등 해외에 있다.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와이어링 하네스는 자동차별로나 완성차 회사별로 호환이 불가능하다. 자동차 회사가 신차를 개발하는 단계부터 협력업체가 참여해 와이어링 하네스를 설계하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구조다.

문제는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망을 다양화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경우 협력업체를 여러 개 두고 있지만 협력업체의 생산지역은 중국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일본이나 유럽 자동차 회사는 자국과 해외로 (와이어링 하네스) 생산 라인을 이원화하고 있다"며 "국내 완성차에 와이어링 하네스를 공급하는 협력업체 공장이 중국으로 다 옮겨 간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차량에 깔린 와이어링 하네스 [사진 = 경신 홈페이지]

실제로 BMW, 토요타, 폭스바겐, 푸조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중국 현지 공장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있지만 자국 내 공장은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 와이어링 하네스 협력업체가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한 것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공정 특성상 손이 많이 가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이문형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2002년 현대차가 중국에 진출할 당시 국내 협력업체 100여곳이 따라 나갔고 와이어링 하네스 업체들도 지난 20여년간 중국에서 생산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와이어링 하네스 가치사슬 구조가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전돼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빠듯하게 운영되는 재고 시스템이다. 현대차 등은 와이어링 하네스 재고를 일주일 치 정도만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과 같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일주일만 와이어링 하네스가 공급되지 않으면 재고가 바닥나 생산라인에 투입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현대차가 재고를 넉넉하게 운영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1960년대 토요타가 적기공급생산(Just In Time·JIT) 시스템을 도입한 뒤 대부분 자동차 회사는 이런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현대차도 재고를 최소 필요 분량으로 유지해왔다.

기업 입장에선 비용을 아낄수 있지만 부품 공급이 막힐 경우 공장 가동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리스크에 노출되는 것이다.

이문형 교수는 "지난해 일본정부가 한국에 반도체 소재의 수출을 규제했을 때 국내 기업들이 일정 규모의 재고를 갖고 있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재고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공장의 중국이전, 재고 최소화 등 비용을 아끼기 위한 전략이 이번처럼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자동차 생산 공장 전체의 가동을 중단하게 만드는 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영업이익률이 2~3%대에 머무는 현대차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국가를 다양화하고 재고물량을 늘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리스크에 대비해 비용을 늘리면 이익은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기업이 머리를 싸매며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올지 모르는 리스크를 대비해 준비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안되는다는 교훈을 잊지 말고 리스크 관리 비용을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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