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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후폭풍]현대차, 중국 '100만 회복' 전략 수정하나

  • 2020.02.26(수) 11:04

중국 차 판매 급감…딜러 영업재개율 29.8%
생산·소비 충격…"사스보다 훨씬 영향 클 것"
국내 코로나19 확산에 소비 심리 얼어붙어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자동차 시장이 사실상 마비되고 있다. 세계 최대 생산기지인 중국은 물론 중국산 부품을 공급받지 못한 각국의 공장이 멈추는 동시에 각국에서 퍼지고 있는 코로나19 탓에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차 생산도 소비도 안 되는 수렁에 빠진 셈이다. 올해 중국에서 100만대 고지를 회복하겠다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한금융투자는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 자료를 인용 "중국 2월2주차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92% 급감했다"며 "시장의 예상보다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상황은 지난달보다 더 나빠졌다. 지난 1월 중국 소매 판매는 172만대로 전년동기대비 22% 감소한 바 있다.

지난 4일 "현재 자동차업계 상황은 사스보다 영향이 훨씬 클 것"이라는 추이둥수 CPCA 비서장의 전망이 맞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26일 유진투자증권은 중국자동차유통협회 자료를 인용 "지난 21일 기준 딜러들의 영업재개율은 29.8%, 판매율은7.4%에 불과하다"며 "올 2분기까지 중국시장 판매과 생산의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중국이 전세계 자동차 최대 시장이자 최대 생산 공장이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BMW는 세계 판매의 4분의 1이, 폭스바겐은 연간 수익의 3분의 1이 각각 중국에서 발생한다. 현대차도 중국 판매 비중이 14.9% 가량 된다. 역대 최악의 중국 내수시장 성적표에 전 세계가 우울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후베이성 우한시에는 중국 자동차 회사 둥펑(東風)자동차, 차 판매회사 헝신(恒信)자동차의 본사가 있고 닛산·푸조시트로엥(PSA)·혼다·제너럴모터스(GM)·르노 등 공장이 몰려있다. 2018년 후베이성의 자동차 생산량은 242만대에 달한다.

한국 기업의 피해도 크다.

지난 1월 현대차의 중국 소매 판매는 약 6만대로 전년동기대비 40.1% 감소했다. 기아차는 약 2만대로 53.9% 급감했다.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지난해 재고소진용 판매가 많았던 탓에 상대적인 감소폭이 컸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최근 "작년 연말에 중국에서 재고를 최소화하면서 그동안 묵었던 찌꺼기를 다 정리했다"며 "올해부터 새 출발을 다짐했는데 어려움(코로나19)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현대차의 북경공장과 기아차의 동풍열달공장은 지난 3일부터 16일까지 10영업일간 공장을 중단하기도 했다.

올해 세운 공격정인 목표치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2016년 총 180만대에 육박하던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지난해 100만대선이 무너졌다.

올해 중국 판매 목표는 현대차가 전년동기대비 12.3% 오른 73만대, 기아차가 19.8% 오른 31만대로 총 100만대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현대차의 지역별 성장 목표치를 보면 북미 9%, 인도 2.9%, 남미 2.8% 등으로 중국이 가장 높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올 1분기가 '마이너스 성장'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연간 목표 달성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코로나19가 국내에도 확산되면서 국내 피해도 커지고 있다.

우선 중국 의존도가 높은 차 부품 탓에 국내 자동차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차 부품 수입액 중 중국 의존 비중은 29.2%에 달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 수급이 막히면서 현대차는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순차적으로 공장 문을 닫았다. 쌍용차 공장도 이달 4~12일 생산을 중단했다. 현대모비스는 일주일간, 금호타이어도 이틀간 공장 가동을 멈췄다.

부품 공급이 재개되면서 공장은 다시 가동되고 있지만 자동차 부품 공단이 몰려있는 경북과 대구에서 환자수가 급증하면서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5일 현대차는 포터를 생산하는 울산 4공장 일부 라인을 가동을 중단했다. 1차 협력업체(서진산업)의 한 직원이 사망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다.

국내 소비심리도 얼어붙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 1월 국산차 판매량은 9만8755대로 일년전보다 15.9% 감소했다. 월 판매가 10만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3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수입차 판매량은 1만7398대로 일년전보다 7% 줄었다.

이 가운데 이번달 들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소비심리는 더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의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한 달 전보다 7.3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르노삼성, 쌍용차, 한국GM 등 국내 외국계 완성차 업체 3곳의 분위기는 더 나쁘다. 지난달 쌍용차는 9년 여만의 최악의 월간 실적을 기록했고 르노삼성과 한국GM은 판매량이 반토막났다. 여기에 부품 수급 차질로 공장도 일시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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