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3분기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덕을 크게 봤다. 통상 3분기는 가전시장 비수기인데도 그랬다. LG전자는 가전 성수기인 상반기에 좋은 실적을 보이다가 하반기 주춤하는 '상고하저' 형태의 실적 구조를 보여왔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틀을 벗어났다. 코로나 여파로 '집콕(집에만 있는 생활)'이 일상이 되면서 이 회사 주력제품인 생활가전 수요가 급증한 덕이다.
LG전자는 지난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16조9196억원, 영업이익 9590억원의 실적이 잠정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LG전자는 매 분기가 끝난 다음달 초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 잠정 실적을 공개하고, 사업본부별 세부 실적과 순이익 등은 같은달 말 공식 발표한다. LG전자는 "역대 3분기 최대 성적표"라고 이번 잠정치를 설명했다.
개략적인 실적이지만 당초 시장의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LG전자 3분기 실적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매출 16조2154억원, 영업이익 8499억원이었다. 예상보다 매출이 7000억원, 영업이익은 1000억원 넘게 많았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7.8% 늘었고, 영업이익은 22.7% 증가했다. 코로나 여파에 주춤했던 지난 2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31.8%, 93.6%나 급증한 수준이다.
실적 호조에는 생활가전의 영향력이 가장 컸다. 증권사들은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제품을 생산하는 HA사업본부(Home Appliance & Air Solution)의 3분기 영업이익이 6200억원대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직전 2분기와 유사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는 45% 정도 증가한 것이다.
당초 가전 제품은 대표적인 소비 업종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 직격타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부 활동 제한이 장기화되면서 가전의 교체 수요가 늘어났다. 의류관리기·건조기 등 신가전이 새로운 트렌드도 자리잡으면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관측된다.
역대 최장의 장마가 이어지며 에어컨 판매는 저조했지만 건조기, 제습기의 판매는 늘어난 것도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 마케팅이 급격하게 줄어들며 판매촉진 비용이 절감된 것도 이익 개선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TV 등을 생산하는 HE사업본부(Home Entertainment)은 3분기 275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TV사업의 경우 지난 2분기 글로벌 유통매장의 휴업과 스포츠 이벤트 연기로 다소 주춤했지만, 하반기부터 살아나는 분위기라는 분석이다. 이 역시 재택근무와 지역별 락다운(이동중단)이 중장기화한 영향이다.
이왕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대형 패널 위주의 고수익성 제품 판매가 상당히 양호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7월과 8월 LG OLED TV 판매량은 13만대, 16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 56% 증가했는데 이중 75인치 이상 대형 TV 패널 판매량은 357%, 146% 폭증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부문은 여전히 적자지만 나름대로 선방했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MC사업본부(Mobile Communications)는 3분기 영업손실 1600억원 규모로 전 분기 대비 500억원가량 적자폭을 줄인 것으로 관측됐다. ODM(제조자개발생산)을 활용한 원가 개선의 효과와 미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수요 회복이 적자 감축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2분기 2025억원의 적자를 냈던 VS사업본부(Vehicle component Solutions)는 이를 약 70% 줄인 6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VC본부는 코로나19로 셧다운 됐던 고객사의 공장이 재개돼 외형성장과 함께 실적 개선 여지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수 년간 연말만 되면 곤두박질쳤던 4분기 실적도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통상 TV 판매가 4분기에 가장 많다는 점과 VS사업본부의 실적 개선 조짐이 바탕이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은 "하반기 OLED TV 판매량은 130만대로 올해 상반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록호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VS사업부는 60조원에 달하는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내년부터 연간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