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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씽킹맵]'아! 코로나' GS 허태수, 선택 갈림길에

  • 2021.01.21(목) 10:38

총수 되자마자 코로나에 실적 곤두박질
디지털·친환경·신사업에서 돌파구 찾아야

2021년 재계는 간단치 않은 경영 환경을 맞고 있다.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풀리지 않았고 주요 기업 내부에도 해결할 과제가 산적했다. 소의 해, 신축(申丑)년을 호시우보(虎視牛步)로 뚫어야 할 대기업집단 총수들의 머릿속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영 과제와 판단의 방향을 신년사 등에서 엿보이는 열쇳말과 함께 들여다봤다.[편집자]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정식으로 그룹 2대 총수에 올라 회사 내외부의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그 직후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을 선언했고, 전염병은 대확산을 거듭했다. 세계는 멈췄고 에너지 수요는 급감했다. 에너지 관련 산업 의존도가 높은 GS는 고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업계와 시장은 새해를 맞은 허 회장과 GS그룹이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 '아 코로나!' 총수 되자마자 영업익 1조 감소

지난해 GS의 사업실적은 곤두박질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GS그룹의 지주회사 ㈜GS의 2020년 매출액은 15조8960억원, 영업이익은 9033억원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2019년 매출액 17조7861억원, 영업이익 2조331억원과 비교 불가다. 영업이익은 1조원 넘게 감소했다.

경영진 교체기에 과거 손실을 드러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부각시키는 '빅배스(Big Bath)'를 해버린 것처럼 보일 정도다. 허 회장은 "최근 코로나19는 에너지 산업에 큰 폭의 수요 감소를 초래하며 공급 과잉과 겹쳐 세계경제에까지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작년 상황을 진단했다.

실제로 주요 계열사 가운데 정유·화학 부문 GS칼텍스는 작년 1~3분기 누적 매출액이 17조1667억원, 8680억원 적자였다. 2019년 매출액은 24조5664억원, 영업이익의 경우 7852억원에 달했으니 코로나가 야속할 따름이다.

이에 따라 GS에너지(에너지관련 지주사업)도 2019년 1~3분기 1조7610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지난해는 1조3157억원으로 45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급감했다. 9879억원에서 1417억원까지 8400억원가량 쪼그라들었다.

발전 사업을 하는 GS EPS(2020년 1~3분기 매출액 5697억원 영업이익 881억원, 2019년 1~3분기 매출액 7254억원 영업이익 1185억원), 종합상사 GS글로벌(2020년 1~3분기 매출액 2조1735억원, 영업이익 412억원, 2019년 1~3분기 누적 매출액 3조695억원, 영업이익 461억원)도 마찬가지다.

반면 GS리테일은 매출액이 2019년 3분기 누적 6조7661억원에서 지난해 6조7014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890억원에서 2269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GS홈쇼핑도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이 전년 8900억원에서 9172억원으로, 영업이익도 912억원에서 1108억원으로 늘어나면서 희망의 새싹을 남겼다.

◇ '디지털 역량 강화'…코로나 특효약

상황이 이러니 허 회장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올해 초 내놓은 신년사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고민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그는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GS타워에서 '2021년 GS 신년 모임'을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디지털 역량 강화와 친환경 경영으로 신사업 발굴에 매진할 것"을 강조했다.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기존 핵심 사업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한 것은 코로나가 촉발하는 비대면 사회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하자는 얘기로 들린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주문을 받아 배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GS홈쇼핑 대표이사를 역임한 그의 경험도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TV홈쇼핑 시장은 모바일 홈쇼핑 시장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고, 모바일 홈쇼핑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판매까지 하는 '라이브 커머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 흐름이 코로나와 함께 더욱 강해지고 있다.

허 회장은 그러면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향후 업무의 필수 요소라고 봤다. 지난해 6월 GS 임원포럼에서도 이미 강조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앞으로 모바일과 AI 기반의 디지털 전환이 더욱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공급자 측면보다는 고객에게 일어나는 새로운 트렌드의 변화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허 회장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인공지능을 기업 역량 강화의 중대 요소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객의 수요를 세밀하게 파악하는 원동력은 빅데이터이고, 이를 사람보다 빠르게 분석할 수단은 인공지능이기 때문이다.

그는 회장 취임 이후 이를 줄곧 강조했다. 허 회장은 "초경쟁 시대를 이겨낼 핵심 경쟁력은 고객의 니즈를 얼마나 세밀하게 파악하고 대응하느냐에 달렸다"며 "디지털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라고 말하기도 했다. 직원의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GS그룹은 협업 솔루션 도입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시도 중이며, 디지털 기기를 지급해 그 활용법도 수시로 교육했다.

◇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향배는?

허 회장의 사업 재편 구상이 어떻게 시행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에너지에 쏠린 GS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로는 새로운 환경에서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기존 사업 구조를 다시 보자. 지주회사 ㈜GS는 작년 3분기 기준 GS에너지(에너지관련 중간지주사업), GS리테일(종합도소매업), GS홈쇼핑(유통업), GS스포츠(프로축구단 흥행사업), GS EPS(전기업), GS글로벌(무역업), GS이앤알(집단에너지, 석유 유통 및 자원개발사업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는데, 이 구조가 조금씩 바뀔 조짐이다.

선택과 집중, 기회 모색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어려운 환경에도 잘나갔던 GS리테일과 GS홈쇼핑을 통합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는 미래 사업을 위한 GS퓨처스와 GS비욘드라는 신규 법인도 설립했다. 기존 에너지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인수합병(M&A)도 열려있다. GS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두산인프라코어 등 작년 굵직한 기업 매물이 나올 때 마다 인수의향서(LOI)를 받아갔다.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GS건설이 특히 적극적이다. 허 회장 본인이 과거 LG투자증권 IB(투자은행) 총괄상무를 역임한 M&A 전문가이기도 하다. 

수익성 중심의 내실 경영은 '재무통' 홍순기 ㈜GS 신임 사장이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증권가는 GS의 선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GS의 영업이익이 지난해의 두배에 달하는 1조7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룹 전체에서 사업비중이 가장 큰 GS칼텍스의 실적도 새해에는 작년보다 나아져 그룹 재무 안정성 확보에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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