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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30대 기업, 위기 속 '현금' 18조 늘렸다

  • 2021.03.12(금) 15:51

시가총액 30대 기업 현금성자산 분석해보니…
작년말 102조 전년비 22.9%↑…깜짝 실적까지
올해는 갈림길…"불안하면 현금 보유, 낙관하면 공격 투자"

지난해 시가총액 30위 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1년 전보다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부른 사상 초유의 위기를 버티기 위해 현금을 끌어모은 결과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깜짝 실적을 내면서 기업의 금고는 더 두둑해졌다.

올해 관심은 위기 속에서 모은 현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다.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현금을 쟁여두는 기업과 쟁여둔 현금을 바탕으로 올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기업으로 나뉠 것으로 전망된다.

◇ 위기 속에도 빵빵해진 금고

12일 비즈니스워치는 국내 유가증권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하 현금성 자산)'을 집계했다. 현금성자산은 기업의 유동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현금과 함께 1년 이내에 현금이 가능한 요구불예금 등이 포함된다. 아직 재무제표가 공시되지 않은 회사와 지주회사, 금융회사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관련기사☞[인포그래픽]'위기엔 현금이 최고'

집계 결과, 지난해 시총 30대 기업의 총 현금성 자산은 102조460억원이었다. 2019년과 비교하면 22.87%(18조9954억원) 늘어났다. 30개 기업 중 25개 곳의 현금성 자산이 증가했다. '위기 때 현금이 최고'라는 경영전략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1년 전보다 현금성 자산이 가장 많이(증가율) 늘어난 곳은 포스코케미칼이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현금성 자산은 1217억원으로 231% 증가했다. 지난해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전 계열사에 재고와 매출채권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현금은 최대로 확보하라고 지시한 결과다. 포스코도 지난해 현금성자산이 35.3% 증가했다.

그 뒤를 에쓰오일(S-Oil) 155%, 기아차 138% 등이 이었다. 국제 원유 가격 급락으로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에쓰오일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대규모 현금 확보에 나선 결과다. 기아차도 지난해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마비되자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현금을 확보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76.9%), 네이버(-57.2%), 엔씨소프트(-48.2%), LG생활건강(-32.9%), 삼성물산(-11.2%) 등은 1년 전보다 현금성자산이 줄었다.

[사진 = 이명근 기자]

◇ 비상용 현금 확보했는데 실적까지 좋았다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현금성 자산이 오히려 많이 늘어난 것은 두 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섰는데, 예상과 달리 지난해 위기 속에서도 이익이 늘어나면서다.

작년 3월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자 기업들은 너도나도 현금 확보에 나섰다. 알짜 자산을 팔고 마른 수건 짜듯 비용을 아꼈다. 일시적으로 자금이 경색되는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면 한 순간에 기업이 쓰러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지난해 자산을 팔아 800억달러(약 88조원)의 현금을 비상금으로 쥐었다.

다행히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바이오, 이차전지, 정보기술(IT) 등 기업들은 반짝 호실적을 냈다. 실제로 지난해 시총 30개 기업의 총 영업이익은 66조403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73%(10조9441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이익의 증가가 현금의 유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이익이 실제로 얼마나 현금으로 유입되는지는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시총 30대 기업(엔씨소프트 제외)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총 142조97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6% 늘었다. 그만큼 기업에 현금이 많이 유입됐다는 의미다.

지난해 시총 30대 기업 중 유일하게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곳은 현대차다. 작년 현대차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4098억원으로, 이익을 냈지만 현금은 유출됐다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작년말 현금성 자산이 13.6% 늘어난 것은 현금 확보를 최우선에 둔 그룹 전략의 결과다.

◇ 투자냐 유보냐 

관심은 올해 기업들이 현금성 자산을 어디에 활용할 것인가 여부다. 위기때 현금성 자산은 유동성 위기에 대비한 안전판 역할을 하지만 평시엔 과유불급이다. 저금리 시대에 현금으로 낼 수 있는 자금운용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또 '금고' 속에 현금을 쟁여두다 투자 시기를 놓쳐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안창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백신 보급으로 상황이 좋아지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며 "아직 불확실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이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현금을 계속 쌓아 둘 것이고, 반대로 낙관적으로 판단한다면 과감하게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올 상반기와 하반기, 기업끼리도 온도차가 많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기 속에서 깜짝 실적을 낸 기업에 대해 정부가 증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안 선임연구원은 "올해는 증세나 규제 등 정책적 불확실성도 있다"며 "지난해 정부에서 돈을 많이 푼 상황에서 기업의 이익이 많이 난 만큼 증세 논의가 나올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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