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질산 사업을 새 먹거리로 키운다. 질산 생산을 크게 늘려 반도체 세정제를 포함한 정밀화학 분야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4배 이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함으로써 안팎의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면서도 '규모의 경제' 효과도 거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화 글로벌 부문은 2023년까지 총 1900억원(토지 포함)을 투자해 전남 여수산업단지에 질산 공장을 새로 건설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2024년 1월 상업생산이 목표다. 한화는 이를 통해 연 1000억원 이상의 매출과 두 자릿수를 넘어서는 수익성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한화는 연 12만톤의 질산을 생산하고 있는데 새 공장이 완공되면 생산량이 연 40만톤 늘어난 연 52만톤이 된다. 40만톤 가운데 9만톤은 비료 화약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초안 제조에, 13만톤은 계열사 한화솔루션의 DNT 제조에, 18만톤은 외부 판매와 반도체·디스플레이 증착 제조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정밀화학제품 생산으로 연결시킨다는 게 한화의 구상이다.
한화 측은 "단순히 생산량만 늘리는 게 아니라 정밀화학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가격 경쟁력 강화, 신수종 유도품 사업 확대를 통한 성장 기반 공고화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한화솔루션은 1600억원을 투자해 연 18만톤의 DNT를 생산하는 공장 설립 계획을 밝혔다. 18만톤 DNT 제조에는 연 13만톤의 질산이 필요하다. 질산과 톨루엔의 화학 반응으로 생산하는 DNT는 가구 내장재, 자동차 시트의 폴리우레탄 제조에 사용되는 TDI의 원료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와 한화솔루션은 이번 투자로 '질산-DNT-TDI'로 이어지는 질산 밸류체인을 구축해 수익성을 키울 수 있게 됐다"며 "향후에는 질산을 활용한 고성능 복합소재 등의 생산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질산은 전 산업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소재다. 최근에는 첨단 산업 원료로 수요가 늘고 있다. 글로벌 질산 시장은 지난해 약 7500만톤, 금액 기준 240억달러(약 27조원)에 이른다. 한화는 향후 중국, 태국 등 아시아 질산 시장도 진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