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못 밝힌 취재 뒷이야기.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포털, 통신, 게임 등 우리 생활에 밀접히 연결된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의 시시콜콜한 내부 사정을 함께 들여다보시죠. [편집자]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가 요기요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인수를 승인키로 했습니다.
국내 배달앱 2위 요기요를 서비스하는 DH가 1위 배달의민족까지 품으면 사실상 독점적인 업체로 올라서기 때문에 이를 우려한 공정위가 조건부승인을 한 것이죠.
이렇게 매물로 나온 요기요 인수전이 막을 올린 가운데 초기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 곳이 SK그룹과 네이버였습니다. SK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모습을 취하진 않았으나, 네이버가 요기요에 꽤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얘기들이 IB(투자은행) 및 유통 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요기요 매각 측에선 네이버가 인수 후보군에 들어오는 것을 원천 차단한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요기요가 네이버를 인수 후보에서 배제했다기보다 네이버가 요기요 인수를 추진하다 말았다고 합니다.
네이버는 왜 요기요에 대한 관심이 식은 것일까요? 배달 앱 시장 진출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 걸까요? 꼭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국내 배달 앱 시장은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1,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쿠팡의 쿠팡잇츠와 경기도 배달특급 같은 신흥 세력도 입지를 확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커머스 업체 '티몬'도 배달 시장에 신규 진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요기요 인수전을 취소한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네이버 자체적으로 배달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네이버는 '네이버 지도'라는 강력한 지도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도를 기반으로 소비자가 맛집을 예약·주문하고 리뷰를 남기는 '네이버 플레이스' 서비스를 하고 있죠. 배달 앱과 라이더만 없을 뿐 배달앱을 위한 기본 뼈대는 갖춰 놓은 상태입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독과점 이슈를 고려해 직접 배달 앱 시장에 진출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도와 플레이스를 통해 축적된 정보가 광고는 물론이고 새로운 사업까지 확대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네이버는 여차하면 직접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 정도의 기반을 만들어 놨습니다. 네이버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꽃 2.0'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핵심은 오프라인 중소상공인 500만명을 네이버 스마트 플레이스(지도 등록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와 연결시킨다는 것입니다.
맛집 정보 또한 네이버의 막강한 자산입니다. 특히 네이버가 고객의 '관심지점(POI, Point of Interest)'를 차곡차곡 쌓아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맛집을 인스타그램으로 검색하고 리스트를 만들어 네이버 '마이 플레이스'에 저장하는데요. 이용자들이 어느 지역, 어느 테마, 어떤 대상에 관심이 있는지를 네이버는 '점(위치)' 기반 정보 데이터로 쌓고 있는 것입니다.
네이버의 무한 사업 확장이 배달앱 분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요기요를 비롯한 배달의민족 등 경쟁 업체들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공정위는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