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의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7년 전인 2014년(291억원)과 비교하면 약 70배에 가까운 성장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문화로 배달 수요가 증가했던 영향이 컸다. 다만 매출 규모와 비례해 적자 역시 늘었다. 단건배달 경쟁 심화와 라이더 인건비 증가가 이유로 꼽힌다.
매출은 계속 늘어나는데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88억원이다. 최근 5년간 꾸준히 몸집을 키워왔다. 2018년 314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데 이어 2019년 5654억원으로 79.8% 증가했다. 2020년에는 1조995억원으로 매출 1조를 돌파하더니 지난해 곧바로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가 고성장의 발판이 됐다. 정부의 거리두기 조치에 배달 수요가 폭발했다. 배달의민족은 편리성을 앞세워 이용자와 입점 업체를 늘렸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앱 사용자는 지난 1월 기준 2072만8261명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2년에는 불과 100만명 수준이었다.
다만 수익성 악화는 배달의민족에게 늘 숙제다. 3년 연속 적자다. 2018년에는 52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2019년 3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2020년에는 112억원, 지난해에는 75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 순손실도 1414억원으로 전년(485억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천정부지로 뛰는 라이더 몸값
수익 악화의 주요 원인은 '외주 용역비' 증가 탓이다. 외주 용역비는 배달의민족이 라이더들에게 지급하는 인건비다. 우아한형제들의 외주 용역비는 2019년 1436억원에서 2020년 3294억원으로 129%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7863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5740억원이 배달대행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에 지급됐다. 우아한청년들은 단건배달인 '배민1'과 'B마트'를 운영한다.
단건배달은 한 번에 한 집의 주문만 처리한다. 기존 배달보다 속도가 빠르지만 배달비를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여러 곳을 들르는 묶음 배달을 할 수 없어 라이더 구인이 쉽지 않다. 여기에 쿠팡이츠와 단건배달 점유율 경쟁이 벌어지면서 라이더들의 몸값은 더욱 올랐다.
지난해 적자폭이 확대에는 '주식보상비용'의 영향도 있었다. 지난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임직원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 주식을 증여했다. 총 1613억가량의 주식보상비용이 인건비로 잡히면서 비용이 증가했다.
여전한 수익성 고민
우아한형제들도 적자를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우선 단건배달 프로모션을 중단하며 부담 덜기에 나섰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배민1’의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요금 체계를 개편했다. 기존 프로모션 가격인 '중개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을 '중개수수료 6.8%·배달비 6000원'(기본형)으로 변경했다.
배달의민족은 그동안 점유율 유지를 위해 출혈을 감수하며 애써 프로모션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쿠팡이츠가 지난달 단건배달 프로모션을 중단하면서 운영 필요성이 사라졌다. 다만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배민 탈퇴' 등 이용자 이탈 현상도 나타났다.
최근에는 광고로 수익성을 꾀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배달의민족은 오는 28읿 '클릭광고' 상품인 '우리가게클릭'을 출시할 예정이다. 소비자의 실제 음식 주문 여부와 상관없이 클릭 수에 따라 배달의민족이 광고비를 받아가는 구조다. 자영업자가 광고비 5만~300만원을 선입금하고 소비자가 클릭할 때마다 클릭당 200~600원을 차감한다.
다만 조회만 될 뿐 실제 주문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가 문제다. 업주 입장에서는 광고비만 지출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이 배달료에 광고비 부담까지 늘어난다며 반발하는 이유다.
배달의민족 입장에서는 수익성 확보가 가장 큰 과제다. 최근의 수수료 개편도 수익성 확보 전략의 일환이다. 과감한 투자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쿠팡이츠와의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이 필수다. 여기에 엔데믹이 공식화될 경우 배달 앱 시장의 트렌드가 변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를 위한 선순환 구조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단건배달은 특성상 라이더의 수가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이대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배민1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프로모션 개편은 단건배달 서비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배달비를 현실화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