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전체 발행 주식(8075만주)의 10.8%에 해당하는 869만주의 자사주를 소각키로 결정했다.
금액으로 약 2조6000억원 규모이며 이는 국내 상장사 가운데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금액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
이로써 SK텔레콤의 향후 인적분할 과정에서 신설 투자회사와 SK그룹 지주사인 SK(주)와의 합병 통로로 자사주를 활용할 여지를 없애, 일각에서 제기한 투자회사-SK(주) 합병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경영 행보를 보였다.
SK텔레콤은 4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자사주 959만여주 가운데 868만5568주를 소각키로 결정했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 8075만주 가운데 10.76%에 해당하는 규모다.
소각 이후 잔여주가 90만주에 불과하고 잔여주 대부분을 임직원 보상 프로그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을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자사주 소각 규모는 금액으로 전일 종가(30만4000원) 기준 2조6404억원에 달한다.
소각 예정일은 오는 6일이다. 이로써 SK텔레콤의 발행 주식은 기존 8075만주에서 7206만주로 줄어 들게 된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한 자사의 주식을 소각해 유통 주식수를 줄임으로써 주주들이 보유 중인 기존 주식의 가치는 일반적으로 상승하는 등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SK텔레콤이 소각하는 자사주 규모는 국내 4대 그룹 자사주 소각 사례 중 발행주식 총수 대비 물량으로 최대다. 금액으로는 삼성전자가 2017년부터 이듬해까지 두차례에 걸쳐 단행한 시세로 총 22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 8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5000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취득키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최근까지 장내에서 주식을 매입해 기존 760만주의 자사주를 960만여주로 확대했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의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단서가 붙지 않아 향후 인적분할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고 SK㈜와 투자회사 간 합병 통로로 자사주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자사주 소각으로 SK텔레콤이 신설하는 중간 지주사와 SK(주)와의 합병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인적분할을 공식 발표하면서 합병설에 대해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번 자사주 소각에 대해 회사측은 "선진화된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SK그룹에서 강조하는 ESG 경영(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과 맥을 같이 한다"고 소개했다.
SK텔레콤은 소각 후 잔여 자사주 90만주에 대해서는 향후 '구성원 주주참여프로그램'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시행한 구성원 주주참여 프로그램’은 구성원들이 성과급의 일정 비율을 현금 대신 회사 주식으로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올해는 12만1000주 규모로 시행됐다.
이 프로그램은 구성원들이 직접 주주로 참여해 회사의 성장과 자신의 성장을 연계하는 선진화된 보상체계로 평가된다. SK텔레콤은 자사주를 활용한 보상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