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리치(EduRich)’는 사람들 얘기다. 한국 사회의 특수한 교육열에 힘입어 사교육 시장에서 성공신화를 쓴 사람들을 조명한다. 성공신화를 기반으로 써내려간 ‘거버넌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간에 잘 오르내리지 않았던 오너의 소유·경영 체제와 부의 형성, 대물림, 여기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흥 에듀리치까지 일거수일투족을 비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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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세습의 기술, 현란하다. 모태기업 ‘홍반장’을 기반으로 황태자의 회사들을 키웠다. 이를 지렛대 삼아 대물림 기반을 닦았다. 방식도 방식이지만 후계자 소유의 계열사만 3개나 만들었을 정도로 준비성 또한 철저했다. 교육·출판계의 재벌 천재교육그룹의 후계승계 해법은 가히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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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준, 4년간 배당 1120억 거머쥔 자산가
최용준(79) 천재교육 창업주가 ‘해법수학’을 내놓은 것은 1973년 3월. 서울대 사범대 수학교육과를 나와 학원 수학강사로 활동한 뒤 집필한 대입 수학참고서다.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당시 홍성대 전 상산학원 이사장이 집필한 ‘수학의 정석’과 함께 수학참고서 시장을 양분할 정도였다.
해법수학의 ‘빅 히트’는 1981년 10월 ‘도서출판 천재교육’(1986년 11월 ㈜천재교육으로 법인 전환) 창립으로 이어졌다. 1984년 7월 중학교 참고서를 시작으로 초·중·고 참고서 시장에 진출하는 기반이 됐다. 1989년 3월 검·인정에 이어 2002년에는 국정 교과서 시장까지 뛰어들었다.
현재 천재교육은 미래엔, 비상교육, 지학사, 동아출판 등이 경합하는 초·중·고 국·검·인정 교과서 시장점유율 19~27%로 1위에 랭크 한다. 학습교재 또한 연간 3500여종을 발행하는 ‘절대강자’다. 천재교육이 국내의 대표적인 교육·출판 전문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유다.
성공은 영토 확장을 수반한다. 스마트러닝, 에듀테크, 학원·프랜차이즈, 인쇄·물류, 건설업으로까지 뻗쳐 있다. 천재교육을 비롯해 천재상사, 에이피(AP)컴퍼니, 해법에듀, 천재교과서, 천재인터내셔널, 프린피아, 에이피로지스틱스, 에이피이노베이션, 브이에스인베스트먼트 등이 계열사들의 면면이다.
10개 전체 계열사의 총자산은 5430억원(2020년 말)이다. 작년 매출은 4500억원이 넘는다. 영업이익으로는 540억원가량을 벌어들였다. 영업이익률은 12% 두 자릿수다. 벌이는 차고 넘치고, 흠잡을 데가 없다.
최 창업주가 남부러울 게 없는 ‘에듀리치’의 풍모를 가질 건 당연하다. 일례로 천재교육은 그간 버는 족족 쟁여놓았던 이익잉여금을 2017년부터 배당으로 풀기 시작했다. 작년까지 4년간 총 1360억원이다. 창업주가 거머쥔 배당금이 도합 112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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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민, 알짜 8개 계열사 거머쥔 황태자
세월이 제법 흘렀다.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고 사람도 변하는 게 세월이다. 최 창업주가 경영자의 길을 걸은 지도 올해로 40년이다. 이제 대물림만 마무리하면 소임은 다한다. 준비는 다 돼있다. 마지막 한 수 만을 남겨놓고 있을 뿐이다.
천재교육은 어느덧 2세 경영체제가 출범한 상태다. 창업주의 1남1녀 중 장남 최정민(51) 회장이 주인공이다. 의사 출신이다. 카톨릭의대 및 의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성모병원(옛 강남성모병원)에서 인턴, 레지전트를 마쳤다. 2001년부터 3년간 경기도 안성시에서 공중보건의로 재직했다.
돌연 미국 듀크대 경영학석사(MBA) 유학길에 오른 때는 2004년. 귀국 후에는 2007년 1월 천재문화(2015년 7월 해법에듀에 흡수합병) 이사로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37살 때다. 다만 의사 가운을 벗지는 않았다. 서울 청담동에 HB피부과를 개업하고 원장으로 활동한 게 이 무렵이다.
2012년 천재교육 경영지원본부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경영자의 길로 들어섰다. 2014년 7월 이사회에 합류했다. 2016년 7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18년 5월 마침내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부친의 회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48살 때다.
가업승계는 수레의 양바퀴처럼 경영승계와 지분승계가 함께 굴러가야 한다. 지분승계도 이젠 그 끝이 보인다. 최 회장이 유학길에 올랐던 2004년부터 최 창업주가 2세를 위해 대대적으로 기반을 닦은 결과다. 준비성과 가성비 모두 쩐다.
창업주는 이제 천재교육→천재상사 계열만을 직할 지배체제로 두고 있다. 지주회사 에이피(AP)컴퍼니를 정점으로 해법에듀, 천재교과서, 프린피아, 에이피로지스틱스, 에이피이노베이션 등 8개 계열사는 이미 황태자의 손에 쥐어져 있다.
에이피컴퍼니 계열의 몸집 또한 커질 대로 커진 상태다. 총자산(2020년 3090억원 vs 2350억원)이 천재교육 계열을 압도한다. 매출(3230억원 vs 1340억원)은 2배, 영업이익(414억원 vs 124억원)은 3배를 훨씬 웃돈다. 여기에 17년에 걸친 현란한 지분승계의 기술이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