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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 천재교과서에 숨겨진 세습 기술

  • 2021.06.02(수) 07:05

<에듀리치> 천재교육④
2015년 2세 최정민의 에이피컴퍼니에 편입
쾌속성장 배경엔 천재교육 사업분담 등 한몫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천재교육 본사 사옥. 2세 경영자 최정민 회장 소유의 지주회사 에이피컴퍼니를 비롯해 해법에듀 등의 계열사들도 이 건물에 본사를 두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백 리 길을 갈 사람은 세 끼 밥만 준비하면 되지만 만 리 길을 갈 사람은 석 달 양식을 마련해야 한다’. 가업세습도 매한가지일 게다. 2004년부터 공들여온 천재교육의 대물림 작업은 2010년대 들면서 하나 둘 퍼즐을 완성한다. 

▷관련기사 ①천재교육 가업세습 해법…가히 '천재'(5월30일) ②2세 경영자 최정민, 천재교육 갈아타기 '신공'(5월31일) ③천재교육 2세 개인기업 AP컴퍼니의 '매직'(6월1일)

해법에듀 배당 34억 챙긴 2세 최정민

해법에듀는 ‘해법’ 브랜드로 수학, 영어, 논술 등 공부방 프랜차이즈와 직영학원을 운영하는 업체다. 원래는 천재교육 회원사업부에서 하던 사업인데, 2007년 2월 설립 한 달 뒤 해법에듀가 34억원을 주고 사들여 사업을 시작했다.

한데, 법인 설립 주체가 천재교육이 아니라 최용준(71) 창업주의 후계자 최정민(51) 회장이었다. 즉, 최 회장이 72%(3억6000만원)를 출자했다. 창업주가 18%(9000만원), 장녀 최유정(53) 전 천재상사 감사가 10%(5000만원)를 댔다. 도합 5억원이다. 

즉, 최 회장이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천재문화(2015년 7월 해법에듀에 흡수합병) 이사로 경영수업에 들어갈 무렵 만들어진 개인 소유 회사가 해법에듀다. 앞서 의사의 길을 걷다가 돌연 경영학석사(MBA) 유학길에 올랐던 2004년 개인회사(지분 60%) 천재상사를 설립한 지 3년 뒤다. 2010년에는 부친이 보유한 18%도 넘겨받아 90%로 확대했다.

다만 1대주주로 오래 있지는 않았다. 2012년 지분을 전량 부친과 누나에게 25%, 65% 건넸다. 2012년은 최 회장이 에이피컴퍼니 지분을 41%→80% 늘렸던 해다. 부친과 누이로부터 11%와 28%를 넘겨받았다. 따라서 2012년의 딜은 지분 맞교환 성격이다. 

최 회장이 해법에듀 주주명부에서 이름을 내린 것은 5년간 주주로 있으면서 34억원의 배당을 챙기고 난 뒤의 일이다. 4억이 채 안 되는 자금으로 배당으로만 9배를 벌어들인 셈이다. 해법에듀가 짧은 연혁에도 제법 쏠쏠하게 벌었고, 적잖이 배당금으로 풀어서다. 

해법에듀는 2007~2011년 매출 200억~300억원대에 영업이익은 첫 해를 빼고 4년간 한 해 평균 27억원을 벌어들였다. 배당은 2009~2011년 3년간 오너 일가에 총 45억원이 주어졌다. 

2015년 지배구조가 또 바뀐다. 다시 최 회장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이때 최 회장이 지분 80%를 쥐고 있던 에이피컴퍼니 등장한다. 당시 해법에듀의 1대주주로 있던 최 전 감사의 지분 75% 전량을 69억원을 주고 사들였다. 

최 회장 소유의 에이피컴퍼니를 정점으로 첫 계열 편입이 이뤄진 시기다. 해법에듀 뿐만이 아니다. 천재교과서와 천재인터내셔널까지 딸려 들어갔다. 해법에듀가 지분 100%, 99.5%를 갖고 있어서다. 

최 창업주가 지분 20%를 넘겨줘 최 회장을 에이피컴퍼니의 1인주주로 만든 게 2017년. 해법에듀 지분 25% 또한 증여했다. 현재 에이피컴퍼니가 해법에듀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는 이유다.  

사세 확장의 도화선 천재교과서

에이피컴퍼니의 해법에듀 계열편입은 최 회장 계열의 본격적인 사세 확장의 도화선이었다. 해법에듀의 자회사로 있던 천재교과서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 수치가 증명한다. 

천재교과서는 2004년 1월 설립된 천재미디어가 전신이다. 원래는 천재교육이 5000만원을 출자, 지분 50%를 소유했다. 초기에는 이렇다 할 존재감이 없는 계열사였다. 천재교육의 초등 전과목 기본서 ‘우등생 해법 시리즈’의 강의영상 및 광고 영상 등을 제작했다.

2011년 4월 천재교과서로 간판을 갈아치우면서 변신한다. 이 때 ‘홍반장’ 천재교육 또 등장한다. 해법에듀의 15억원 유상증자 출자를 통해 천재교과서의 최대주주 지위를 해법에듀에 넘긴 게 같은 해 12월이다. 이에 더해 사업재편이 이뤄졌다.

즉, 천재교육이 1989년 3월부터 벌여온 안정적 수익원 초·중·고 국·검·인정 교과서 발행사업을 천재교과서와 나눠 하게 됐다는 뜻이다. 국정 교과서의 경우는 작년부터 아예 천재교과서가 맡고 있다. 현재 천재교과서에서 하는 스마트러닝 ‘밀크T’ 사업도 원래는 천재교육 이러닝사업부에서 하던 사업이다. 2016년 12월 250억원에 넘겼다.

천재교과서의 성장은 가히 폭발적이다. 2012년 30억원을 갓 넘던 매출은 작년에는 1760억원을 찍었다. 최 회장 소유의 에이피컴퍼니를 정점으로 한 8개 계열 전체매출(3230억원)의 절반이 넘는다. 영업이익은 2013년 이후 흑자를 유지하며 2019~2020년에는 288억~279억원에 달했다. 

이렇다보니 이제는 천재교육을 능가한다. 작년 본체매출(1760억원 vs 1230억원)이 530억원 많다. 영업이익(279억원 vs 123억원)은 2배를 웃돈다. 해법에듀가 모회사이기는 하지만 천재교과서에 비할 바 못된다. 해법에듀(342억원․6억원)의 5배, 50배에 해당한다. 

천재교과서가 최 회장 소유의 에이피컴퍼니 계열의 주력사로 자리매김한 데는 이렇듯 음으로 양으로 천재교육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물림 작업 쉼없이 진행된다. 이번엔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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