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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업계, '위탁생산'에 목매는 까닭

  • 2021.06.01(화) 16:16

SK바사‧삼바 이어 전통 제약기업도 CMO 진출
시간‧비용 절감…글로벌 CMO 시장 지속 확대

SK바이오사이언스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글로벌 제약사와 코로나19 백신의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었다. 전통 제약기업들도 CMO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CMO 사업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반면 기업의 새로운 성장기반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8월 미국의 노바백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2일 미국 모더나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케미칼에서 백신사업을 분리한 자회사다. 자궁경부암, 독감, 장티푸스, 수막구균, 로타바이러스 등 다양한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대량 제조‧생산 설비도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적으로 백신 연구개발에 주력해왔다. 이번 위탁생산 계약은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공급하는 중요한 사안이었다. 이를 위해 자사의 백신 생산라인을 중단하고 노바백스 코로나 백신 생산으로 전환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CMO를 계기로 유전자 치료제 등 다양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CMO 사업으로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을 전문으로 영위하는 삼성그룹 계열사다. 현재는 위탁개발(CDO)과 위탁개발생산(CDMO)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일반적으로 위탁생산은 원 개발사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원료의약품 생산부터 진행한다. 하지만 기술유출 우려와 생산설비 변경 등의 문제로 모더나로부터 제공받은 원료의약품의 병입 포장 단계를 맡는 수준으로 계약을 맺었다. 이후 유통은 GC녹십자가 맡는다. 

여기에 전통 제약기업들도 CMO 사업에 발을 내밀고 있다. 한미약품은 제넥신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GX-19N'의 생산 공정개발 및 CMO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은 제넥신의 코로나 백신 개발이 완료되면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바이오플랜트를 통해 위탁생산을 진행하게 된다.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대장균 발효 정제 의약품 생산 설비를 통해 코로나 플라스미드 유전자(plasmid DNA) 백신,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등이 가능한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을 인정받은 시설이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한미약품의 바이오플랜트 /사진=한미약품

대웅제약도 지난해 1월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업 허가를 취득하면서 위탁생산 및 개발 사업에 진출을 준비 중이다. 또 삼양바이오팜을 합병한 삼양홀딩스도 위탁생산‧개발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대전에 항암 주사제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생산을 '대행'한다는 이유로 CMO사업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로 성장하기 위한 키포인트로 신약 개발이 강조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이 된 셀트리온도 처음 시작은 CMO였다. 셀트리온은 2002년 설립 이후 바이오의약품 CMO 사업으로 시작해 10년 만에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개발기업으로 거듭났다.

셀트리온은 현재 CMO 사업비중을 축소한 상태지만 글로벌 CMO 시장 규모는 앞으로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및 컨설팅 기관 프로스트&설리번(Frost&Sullivan)에 따르면 글로벌 CMO 시장은 2019년 119억달러(한화 약 13조원)에서 오는 2025년에는 253억달러(한화 약 2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CMO 사업 시장이 지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직접 의약품을 제조‧생산까지 하기 위해서는 공장 건설에 많은 비용이 든다. 의약품 시장은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 합성의약품 공장에 바이오의약품 공장까지 설립하기에는 부지와 설비, GMP 인증 등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야기다. 

또 공장 건설에 2~4년가량 소요되는 기간 동안 경쟁 약물들이 우선 출시할 경우 시장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 이에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뛰어든 글로벌 제약기업이나 자금력이 부족한 바이오벤처들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CMO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백신뿐만 아니라 향후 바이오의약품 CMO 사업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번 위탁생산 계약으로 우리나라가 코로나 백신 생산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며 "이는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코로나 백신에서 그치지 않고 바이오의약품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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