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의약품 허가자료 조작 및 허위작성 문제가 적발되고 있다. 기업의 고의성 여부를 떠나 허가자료와 다르게 의약품이 제조‧생산된다는 건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대웅제약의 위장약 '알비스D(성분명 라니티딘)'의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알비스D는 2015년 출시 후 거짓 작성한 자료로 지난 2017년 10월 제조 변경허가를 받은 혐의다. 알비스D는 기존 알비스 제품의 주성분 함량이 2배 많은 고용량 제품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에는 2015년 경쟁 제네릭(복제의약품) 제품 출시를 막기 위해 알비스D 특허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데이터를 조작·제출한 건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한 방법으로 제네릭 판매를 방해한 혐의로 약 22억97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한올바이오파마도 지난 5월 허가 및 변경 허가 신청 시 제출하는 안전성 시험 자료를 조작한 혐의로 수탁 의약품 6개 품목이 허가취소됐다. 해당 의약품은 삼성제약의 '삼성이트라코나졸정', 다산제약의 '스포디졸정', 시어스제약 '시이트라정', 한국신텍스제약의 '엔티코나졸정', 서흥의 '이트나졸정', 휴비스트제약의 '휴트라정' 등이다. 앞서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2019년 의약품 공급내역을 거짓으로 보고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메디톡스가 의약품 품목·변경허가 과정에서 안정성 시험 자료를 위조한 혐의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 3종에 대한 허가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메디톡스가 법원에 제기한 허가취소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본안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판매가 재개된 상태다.
식약처는 약사법 제76조에 따라 부정한 방법으로 의약품 허가·변경허가를 받거나 신고·변경신고를 한 경우 허가취소 또는 업무정지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기존에 법적으로 서류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지난해 약사법 개정을 통해 추가된 내용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허위 자료로 허가 및 변경허가를 받은 사례가 속출하면서 처벌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경우 허가취소 뿐만 아니라 '민형사상 고소' 등을 통해 강력 처벌한다. FDA는 지난 2008년 9월 인도 제약기업 란박시에 데이터 조작 등을 이유로 제네릭 수입 및 생산금지 조치를 내리고 고소했다. 이후 2013년과 2014년에는 불순물 혼입, 생산공정 하자 등이 적발돼 란박시의 공장 품질관리기준(cGMP)을 취소하고 미국 수출금지 등 강력한 처분을 내렸다. 특히 FDA는 불순물이 혼입된 항생제를 판매했다가 적발된 란박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란박시가 약 5억달러의 벌금을 내고 합의한 바 있다.
또 글락소스미스클라인(당시 스미스클라인 비침)은 1999년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아반디아'의 임상시험 결과를 조작했다가 11년 만인 2010년 적발돼 30억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알비스D는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대형 품목이다. 대웅제약은 2015년 출시 이후 알비스D로 벌어들인 매출만 500억원(처방액 데이터 기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자료 조작으로 인한 처벌은 허가취소에 그쳤고 공정거래 위반 벌금은 고작 23억원에 불과하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으로 발생시킨 매출이 수천억원(처방액 데이터 기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지난해 생산 관리의무 위반 혐의로 과징금 1억7400만원만 냈을 뿐이다.
업계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식약처는 지난달 약사법 개정을 통해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허가취소된 품목과 동일한 품목의 재허가는 기존 1년에서 5년으로 제한하고,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허가(신고) 받은 경우 판매 금액의 2배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해당 법안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아직 6개월이 남았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채 허위자료로 허가를 받고 제조하고 있는 기업들이 바로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그동안 제약기업들은 국민들의 건강을 앞세워 의약품을 공급해왔다. 앞으로 계속해서 자료 조작 등이 적발될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그저 국민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개정 법안이 본격 시행되기 전까지 드러나지 않은 비양심적 행태를 바로잡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