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3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분기 기준 매출 70조원을 넘겼다. 반도체가 필요한 서비스·제품 수요가 견조하고, 폴더블 스마트폰 신작도 판매 호조를 기록해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전세계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위기 가운데 작성한 호실적이다.
영업이익 15조8000억…반도체·스마트폰 '쌍끌이'
삼성전자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 매출액이 73조원, 영업이익은 15조8000억원을 기록한 잠정 실적을 8일 발표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영업이익은 28%가량 증가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약 15%, 영업이익은 약 26% 늘어난 것이다. 잠정실적은 투자자 편의를 위해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의거, 결산이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내놓는 추정치다.
이번 3분기 매출액은 분기 사상 최대 규모다. 영업이익의 경우 3년 전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떠오르게 하는 성적이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은 2018년 3분기에 17조5700억원의 사상 최대치를 찍었는데, 이번 실적은 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2018년 3분기(26.8%) 이후 최고인 21.6%에 달했다.
호실적을 이끈 사업은 반도체와 IT·모바일(IM) 부문으로 파악된다. 만 2년에 육박하는 코로나19 장기화가 비대면 제품·서비스 수요를 더욱 키우고 있어서다. 하나금융투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이 9조5900억원으로 전체 사업 가운데 가장 많고, IT·모바일(IM) 부문은 3조5100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증권사 김경민 연구원은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이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예상을 상회할 것"이라며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7000만대 내외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비메모리 선단 공정 수율이 개선되고 15나노 D램과 128단 V낸드의 원가 절감 효과가 나타나며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3세대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3'와 '갤럭시 Z 플립3'이 판매 호조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월 말 출시된 이 시리즈는 최근에 삼성전자가 공식 집계한 국내 판매량만 100만대를 돌파했다.
디스플레이·가전도 잘나갔다
디스플레이와 가전 등 다른 사업 부문들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투자증권은 디스플레이 사업 영업이익이 1조4500억원, 소비자·가전(CE)은 9300억원 수준이었을 것으로 관측했다.
디스플레이는 주요 고객사의 신규 플래그십 제품 출시로 중소형 패널 실적이 개선됐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는 OLED IT 제품, 포터블 게이밍 제품의 본격적인 판매 확대도 기대된다.
코로나19와 주택시장 호조로 소비자들이 집에 관심을 높이면서 가전 사업도 견조한 양상이다. '네오(Neo) QLED', 초대형 등 고부가 TV와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BESPOKE)'의 글로벌 판매가 강화됐을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은 슈드레서, 무선청소기 등 가전 신제품 출시를 통해 다양화하는 소비자 니즈에도 대응하고 있다.
환율 영향도 상당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달러-원 환율이 전분기 대비 40원가량 상승해 여타 통화의 변동을 고려하지 않는 기준으로 이에 따른 긍정적 영향만 1조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는 삼성전자 실적에 계속해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사업의 경우 베트남 지역 셧다운에 따른 출하 부진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재 가격 증가와 물류비 상승 등 대외 환경 리스크(위험)도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8일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하며 기업설명회를 통해 구체적 사업 현황을 공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