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다음달이면 둘로 쪼개집니다. 기존대로 통신사업을 하는 'SK텔레콤'과 정보통신기술(ICT) 투자전문회사인 'SK스퀘어'로 나뉘는데요. 분할 계획을 최초로 공개한 게 지난 4월인 점을 고려하면 참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쳤단 생각이 듭니다.
임직원들도 이달 내로 전열을 정비하느라 정신이 없을 겁니다. SK텔레콤에는 기존 5200명의 직원이 남고, SK스퀘어에는 100여명의 직원이 이동하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양쪽 모두 조직개편안을 이달 안으로 확정해야 하죠. 때마침 연말 인사 시즌과 겹치기도 하네요.
눈길 가는 부분은 임직원 모두 공평하게 '축하금'을 받게 됐다는 건데요. SK텔레콤은 회사 분할 관련 임시주주총회 직후 전 임직원에게 자사주 100주를 일괄 지급한다는 내용을 공시했습니다. 현재 주가가 30만원 수준이니 전 직원이 3000만원 상당의 보너스를 받게 되는 셈이네요.
사실 처음 분할을 계획하는 단계에선 SK스퀘어 임직원에게만 축하금을 주려 했습니다.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이적을 옮기게 되는 건 SK스퀘어 직원들이니까요. 커리어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단 의미에서 심적 부담이 큰 임직원에게 지원을 해주는 게 합당해 보이긴 하죠.
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이 좋지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SK텔레콤이 이렇게 쪼개지는 건 1984년 설립 이래 최초인데요. 통신 시장 1위 지위는 유지하겠지만, 하이닉스 등 현재 SK텔레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굵직한 자회사들이 모두 SK스퀘어 밑으로 이동하니 당분간 연결기준 실적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죠.
'스포트라이트'가 신설회사인 SK스퀘어에 집중돼 있기도 합니다. 박정호 대표이사 사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이 SK스퀘어로 이동하고, 아무래도 ICT 투자전문회사 사업 전망이 통신사보다 장밋빛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죠. 결국 SK텔레콤 직원에게도 회사 분할로 인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했단 의미입니다.
주식보상이란 '통 큰' 결단이 내려지자 양쪽은 모두 함박웃음을 짓게 됐습니다. 마침 SK텔레콤의 주가는 현재 고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지난 22일 SK텔레콤 종가는 31만2000원으로 연초 대비 약 30%가량 올랐습니다. 최우선 분할 목적을 '주가 부양'으로 삼은 덕분이죠.
'SK텔레콤 2.0'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과정에서 박정호 사장의 첫 무기는 책임경영입니다. 같은 SK그룹 울타리 안이라도 이슈가 있을 때 똑같은 보상책을 택하고 있지 않은데요. 최근 배터리·석유개발 부문을 분사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위로금을 차등지급하며 논란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6월 "SK텔레콤 직원에게도 축하금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좋은 생각이다. 필요하겠다"라고 흔쾌히 화답했던 박 사장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시작이 반'이란 말처럼 첫 단추를 순조롭게 꿴 SK텔레콤과 SK스퀘어 각자가 앞으로 어떤 성장세를 보여줄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