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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가상자산 과세 유예' 공약…난감해진 정부

  • 2021.11.14(일) 07:20

1년간 정부vs여야 '팽팽', 결국 대선 공약으로
'과세 유예' 청와대 청원 현실화? 투자자 관심

내년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가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과세 시점을 내년에서 오는 2023년으로 유예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상당수가 정부 당국을 향해 과세 시기를 유예하라는 발언을 꾸준히 해온 가운데 대선 주자인 이 후보가 이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당론으로 쐐기를 박은 셈이다.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내년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한다는 당초 입장에 흔들림이 없다. 다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2030 젊은층 투자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본격화한 이상 시행 여부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말 많던 과세 유예, 결국 여당 공약으로

이 후보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시점을 1년 유예하고 공제 한도를 대폭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 글에서 "조세의 기본은 신뢰다. 납세자인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납세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준비 없이 급하게 추진된 과세는 정당성을 얻기 어렵고, 조세저항과 현장의 혼란을 불러오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보는 것이 적정한지, 손실은 이월하지 않으면서 양도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이 타당한지"라며 "점검해야 할 사항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유예 배경을 설명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내년부터 시행된다. 정부가 지난 내놓은 방안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에서 발생한 250만원을 초과한 소득에 대해선 20%의 세금을 매긴다. 또한 내년도 분에 대한 세금은 오는 2023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신고 및 납부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 투자로 1000만원 수익을 거뒀다면 기본 공제액 250만원을 뺀 750만원에 대해 20%인 15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한다.

이러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과세시점을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양향자, 노웅래, 김병욱 등 의원이 꾸준히 미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도 당 대선 후보로 선발되기 전인 지난 5월부터 유예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때마다 정부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며 투자자들 사이에 괜한 기대감이 퍼지지 않도록 예의주시해왔다. 

정부가 그토록 '내년 과세'를 고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선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법안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꾸는 것은 정책 일관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과세안을 번복할수록 가상자산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이미 투자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고 있는 주식 투자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여야가 합의해 정부 의사와는 상관없이 법을 개정해 과세를 유예하겠다고 하면 정부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는 과세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이제 와서 유예하는 것에 동의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야당도 유예 주장, 투자자 관심 고조

여권뿐만 아니라 야권의 유예 주장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유예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또한 유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학계와 업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유예가 확실시된 게 아니냔 반응도 나온다.

유경준 의원은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 발표된 것과 같은 날(11일) '디지털 자산의 합리적 과세방안 토론회'에서 "주요 거래소들이 이미 NFT(대체불가토큰) 거래를 시작했거나 할 예정이고 투자자들도 NFT를 명확히 투자자산으로 인지하고 있는데, 정작 과세당국은 NFT에 과세할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당내에서 가상자산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는 등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가상자산은 종류가 다양해서 무리한 과세는 지양해야 한다"면서 "세밀한 실태 파악 후 가상자산 규제를 해야한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정치권이 연일 맹공을 퍼붓다 보니 가상자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청와대 청원이 현실화됐단 반응이 나온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해야 한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4만2000여명의 동의를 얻으며 마감됐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젊은층 투자자의 표심을 모으기 위해 '과세 유예'를 나란히 내걸고 있어 정부가 완강히 버틸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에 대해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자대학교 교수)는 "여야 의견이 완전히 일치해 유예로 방향이 정해져 과세 유예가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며 "정치권이 유예를 주장하는데 정부 입장에서 계속 고수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2030세대 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난도 나온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가 지난 10월 30일부터 사흘간 조사한 결과, 20~30대에서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응답은 과반(6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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