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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최태원-정의선 투자…사익편취 or 책임경영

  • 2021.12.21(화) 17:01

그룹 M&A 과정에 일부 지분 인수한 총수들 
최태원, 흑자 실트론 SK보다 싸게 지분 인수
정의선, 적자 로봇회사 현대차 등과 공동투자 

최태원 SK 회장의 '사익편취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최종 판단이 이르면 이번 주에 나온다. SK가 2017년 SK실트론(당시 LG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이 일부 SK실트론 지분을 헐값에 확보해 회사의 이익을 빼앗는지가 쟁점이다.

공정위 전원회의 결정은 1심 재판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대기업 총수가 계열사의 일부 지분을 인수한 것이 사익편취인지를 판단하는 첫 사례라 재계의 관심이 높다. 특히 올해 그룹 총수인 정의선 회장과 함께 공동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현대차그룹이 이번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룹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개인 지분을 태운 두 그룹 총수의 투자 행태는 같은 듯 다르다. 두 그룹 모두 총수의 '책임경영' 차원에서 투자에 나섰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사익편취 의혹'에 대한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두 총수의 투자 방식을 비교했다.

SK보다 싸게 산 최태원…현대차와 같은 값 낸 정의선

최 회장과 정 회장은 그룹의 M&A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지분 투자에 나섰다는 점이 동일하다. 최 회장은 2017년 SK가 SK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SK실트론 지분 29.4%를 확보했다. 정 회장은 올해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등과 함께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공동 인수했다. 그룹 M&A에 총수가 직접 투자에 나선 점은 닮았지만, 거래 구조를 들여다보면 차이점이 명확하다. 

우선 지분 인수 가격이다. 2017년 SK는 SK실트론 3418만1410주(51%)를 6200억원에 인수했다. 주당 1만8139원을 쳐준 것이다. 반면 최 회장은 SK실트론 잔여 지분 29.4%를 2535억원에 확보했다. 주당 가격으로 보면, 최 회장이 SK보다 30% 가량 싸게 샀다.

이처럼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은 SK그룹이 SK실트론 지분 절반 이상을 확보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웃돈)을 얹어 사들였기 때문이다. 반면 최 회장은 잔여지분을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매입했다. 

정의선 회장과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최종 인수했다. 현대차가 30%(이하 투자금, 3584억원),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20%(2491억원), 현대글로비스가 10%(1245억원), 그리고 정 회장이 개인 투자자 자격으로 20%를 사들였다. 

현대차에 따르면 정 회장은 계열사들과 동일한 시점, 같은 주당 가격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인수에 참여했다. 최 회장이 개인 투자자 자격으로 SK보다 다소 늦게 참여했다는 점, 아울러 계열사들에 비해 저렴하게 SK실트론 지분을 사들였다는 점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과 같은 시점에 동일한 가격으로 손을 댄 것이다. 

"경영 간섭 방지" vs "기업 전환 투자"

투자 배경도 서로 다르다. SK그룹은 중국 기업 등 경쟁업체의 SK실트론 잔여지분 인수를 우려해 최 회장이 직접 지분을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또 SK가 SK실트론 지분 절반 이상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만큼 추가 지분 인수가 필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비해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에서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정 회장이 공동 투자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종합해서 결론을 내리자면 최 회장이 '방어적'으로 SK실트론 지분을 억지로 떠안았다면, 정 회장은 '공격적'으로 움직인 셈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현대차그룹에 매각한 소프트뱅크그룹 측이 정 회장의 투자를 요구했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그룹 총수의 개인적인 지분 투자가 향후 투자자금 회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작년 말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전부를 인수하지 않고 20%를 정 회장이 인수한 이유에 대해 문의했는데 잔여 지분 20%를 보유한 소프트뱅크그룹이 현대차 총수가 지분을 가지고 있을 때 향후 엑시트(자금 회수)에 도움된다고 판단했고, 정 회장의 지분 참여를 요구했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흑자' SK실트론 vs '적자' 보스턴 다이내믹스

M&A 당시 피인수 기업의 실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SK가 SK실트론을 인수하기 직전 해인 2016년 SK실트론의 영업이익은 340억원으로 흑자 상태였다. 인수 이후 영업이익은 눈에 띄게 개선된다. 이듬해인 2017년에 4배나 증가한 1327억원을 달성한데 이어 2018년 3804억원, 2019년 331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다소 줄어든 2494억원에 그쳤으나 한동안 뚜렷한 성장세가 이어졌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2년 대학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이후 여태껏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3월 결산법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2020 회계연도 순손실 규모는 우리 돈으로 1499억원이다. 이 기간 매출은 301억원에 불과했다. 재무상태가 좋을 리 없다. 장기간 손실이 누적되면서 지난 3월 기준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다. 

"거버넌스위원회 검토" vs "이사회 논의"

두 회사의 이사회가 M&A 과정에서 총수의 투자 참여를 논의했는지 여부도 차이가 난다. SK는 이사회에 최 회장의 투자에 대한 안건을 상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사회 대신 거버넌스위원회 등 다른 논의체를 통해 안팎으로 검토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반면 현대차는 정 회장의 투자에 대해 이사회 논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지난해 정 회장의 투자에 대해 이사회에서 논의를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현대차는 '별도의 안건으로 상정해 표결에 부치지 않았지만 이사회에서 총수가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것인가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를 했다'는 답변을 해왔다"고 전했다.

두 회사에 '사익편취 의혹'을 제기한 경제개혁연대의 대응방식도 달랐다. 경제개혁연대는 2017년 10월 SK에 최 회장의 '사익편취 의혹'에 대한 질의가 담긴 공문을 보내고 한달 뒤에 곧바로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반면 작년 12월 정 회장의 사익편취 의혹에 대한 질의를 현대차에 보낸 경제개혁연대는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정 회장의 지분 투자를 요구한 점,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그간 수익을 거둔 적이 없는 점, 이사회에서 논의한 점 등 절차를 준수했다고 현대차가 주장하고 있다"며 "SK실트론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현대차에 대한 공정이 조사 요청은) 보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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