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실리콘 웨이퍼 생산기업 SK실트론이 나노탄소 전문 스타트업인 테라온 인수를 마무리했다. 테라온이 보유한 나노탄소 발열소재 등 기술을 통해 전기차 첨단소재 사업에 대한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신주 250억+구주 120억
23일 업계에 따르면 SK실트론은 지난 11일 테라온 신주 9만4569주를 250억원에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달 4일엔 테라온의 기존 주주로부터 구주 3만4554주를 120억원에 사들였다. 250억원은 테라온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재원으로 회사에 유입되고, 120억원은 기존 테라온 주주에게 지분매각 대금으로 지급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SK실트론의 테라온 지분율은 10.77%에서 75.28%로 늘었다. 370억원 가량을 들여 경영권을 확보한 것이다.
SK실트론이 테라온 지분을 처음 인수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이다. SK실트론은 테라온 지분 10.77%를 15억원 가량에 사들였다.
소액 지분투자였지만 '주주간 계약'이 조건으로 붙은 거래였다. SK실트론이 지난해 인수한 테라온 지분 10%를 다시 테라온 대주주에게 팔 수 있는 '풋옵션'과 SK실트론이 대주주로부터 추가로 주식을 더 살 수 있는 '콜옵션'이 동시에 걸려있었다.
SK실트론의 선택은 풋옵션이 아닌 콜옵션이었다. 옵션 만기일인 오는 10월을 앞두고 SK실트론은 신주와 구주를 인수하는 콜옵션을 일찌감치 행사하며 테라온을 품었다.
테라온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김윤진 박사가 2018년 창업한 '5년 차' 스타트업이다. 나노탄소 발열소재, 고내열 전도성 잉크 등의 소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나노탄소 발열소재는 250℃ 이상 고온 쾌속 발열이 가능한 소재로, 전기차 등에 사용될 수 있다. 테라온이 개발한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나노탄소 기반 고효율 발열소재·유연 필름히터 기술'은 2020년 정부가 뽑은 10대 나노기술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 1분기 테라온 매출은 2억7738만원으로 작년 한해 매출(57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다만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은 2억7045만원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전형적인 초창기 스타트업 성적표다.
전기차 첨단소재 사업확장 시너지
SK실트론은 테라온을 통해 전기차 등 첨단소재 사업영역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SK는 2012년 SK하이닉스에 이어 2017년 SK실트론까지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의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현재 SK실트론의 주력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핵심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다.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2019년 미국 듀폰의 자회사(DDP Specialty Electronic Materials US 9)가 운영 중인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Silicon Carbide Wafer) 사업부를 4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는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SK실트론이 반도체의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에 이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SK실트론은 테라온을 통해 전기차 첨단소재 사업과의 시너지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SK실트론 관계자는 "테라온과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전기차의 효율은 높이면서 전력은 낮추는 첨단 소재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관련 비즈니스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