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 SK실트론이 향후 3년간 1조원 규모의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지난 2020년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이후 매년 연례행사처럼 해온 투자 발표를 한차례 건너뛰었다가 재개하는 것이다.
SK실트론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본사가 위치한 구미국가산업단지에 3년간 1조495억원을 투자키로 결의했다. 투자금은 웨이퍼(Wafer) 생산 공장 증설에 투입된다.
동그란 원판 모양의 웨이퍼는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기초 재료다. 최근 코로나 여파로 재택근무와 원격교육이 확대되면서 PC와 태블릿 등의 통신기기나 클라우드에서 웨이퍼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웨이퍼 시장에서 '빅(Big) 5'인 SK실트론은 늘어나는 웨이퍼 수요에 발맞춰 적극적인 투자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투자 발표는 모처럼 재개되는 것이라 눈길을 끈다. SK실트론은 2017년 8월 (주)LG에서 지금의 SK(주)로 최대주주가 바뀐 이후 매년 연례행사처럼 투자 계획을 발표해 왔다.
2017년 말에 1500억원 규모 투자계획 변경안을 시작으로 웨이퍼 출하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이듬해에는 7000억원에 육박한 역대급 투자안을 내놨다. 이후에도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금액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였다.
2020년에는 미국 듀폰의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을 인수하기 위해 6500억원의 M&A 자금을 투입하느라 설비투자 금액은 전에 비해 감소한 322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이렇다 할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2년만에 꺼내놓은 대규모 투자 계획은 공격적인 M&A 대신 내실 다지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SK실트론은 웨이퍼 생산량 확대를 위해 시설투자에 나선다. 이를 위해 4만2716㎡(약 1만2900평) 규모의 공장 부지를 증설한다. 올해 상반기 기초공사를 시작해 2024년 상반기에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 SK실트론은 이번 증설 투자와 연계해 1000명 이상의 직원을 새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