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정보통신(IT) 업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NFT(대체불가능토큰)가 이번 CES에서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가전 시장을 이끄는 삼성·LG전자가 NFT를 TV로 구매 및 감상할 수 있는 사업 계획을 깜짝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예술작품이나 인기 콘텐츠를 담은 블록체인 토큰 NFT가 가전제품으로 영역을 넓힌 것이다.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형태로 만들어진 거래소 등 크고 작은 국내외 기업이 다양한 NFT 서비스를 선보이며 관련 시장이 커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삼성전자, 블록체인에서 NFT로 눈길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NFT를 감상할 수 있는 TV를 처음 선보였다. TV에 NFT 거래와 감상 기능을 지원하는 플랫폼 '스마트허브'를 탑재한 것이다. 프리미엄 TV인 'Neo QLED'와 '마이크로 LED' 등으로 NTF에서 구매한 미술 작품을 생생한 화면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이 플랫폼으로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최고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TV를 껐을 때 어두운 화면 대신 NFT 작품을 보여주는 기능을 지원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전에도 CES에서 전원을 껐을 때 다빈치나 고흐의 그림이 나오는 TV '더 프레임'을 선보인 바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 S10에 가상자산 지갑 '키스토어'를 탑재하는 등 전부터 블록체인 서비스에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글로벌 경매 기업 소더비의 NFT 경매에 TV를 제공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키스토어와 스마트허브를 통해 꾸준히 이더리움을 지원하기도 했다. 현재 제작되는 NFT는 대부분 이더리움 토큰 규약(ERC)에 맞춰 만들어진다.
삼성전자 TV는 이더리움을 지원해 대부분의 NFT를 거래·감상할 수 있다. 이더리움을 지원하지 않는 플랫폼에선 ERC 기반 NFT를 보관하거나 거래할 수 없다.
LG전자, 아티스트 협업으로 공략 전망
LG전자도 NFT TV를 구상하고 있다.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은 CES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LG전자도 분명히 NFT를 TV에 탑재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2019년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운영 협회에 참여하는 등 전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을 보여왔다. 구체적인 연계 서비스 계획은 이번에 처음 공개했다.
LG전자는 유명 아티스트들과 공동 작업해 NFT 경쟁력을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가수 존 레전드, 스트리트 아티스트 오베이 자이언트 등과 협업해 신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을 진행해왔다.
NFT 서비스에서도 '아티스트와 협업'이 기대된다. 유명 예술가가 만든 NFT를 TV에 탑재하거나, LG전자의 NFT 플랫폼에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단독 공개하는 식의 서비스가 예상된다.
디스플레이부터 메타버스 거래소까지
이번 CES에선 한컴그룹과 아토믹폼 등 크고 작은 국내외 기업들이 NFT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컴그룹은 가상 공간인 메타버스에서 NFT를 사고팔 수 있는 '아로와나몰'을 공개했다. 아로와나몰에서 구매한 NFT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전시할 수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아토믹폼은 삼성·LG와 마찬가지로 NFT를 감상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웨이브'를 선보였다. 미국 프로레슬링 협회 WWE는 인기 레슬러 존 시나의 NFT를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콘텐츠 다각화를 예고했다.
블록체인 업계에선 이번 CES를 통해 NFT가 신흥 콘텐츠로 떠올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NFT는 블록체인으로 만든 스포츠 스타의 기념 카드나 아이돌 그룹의 포토 카드 등으로 취급되며 그동안 콘텐츠보다는 수집품으로 주목 받아왔다.
하지만 NFT를 구매해 트위터 프로필 사진으로 쓰거나, 배우 강동원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NFT로만 볼 수 있는 단독 콘텐츠를 내는 등 수집품보다 볼거리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CES에서 NFT 디스플레이 등이 등장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을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평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CES에선 NFT를 볼거리로 대하기 시작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며 "일각에서 사실상 '쓸모없다'고 평을 받던 NFT의 사용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