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성'
'가전 최대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CES에서 입을 모아 강조한 스마트홈의 핵심 요소다. 집 안의 모든 가전제품을 연동해 손쉽게 관리하고 인공지능(AI)으로 기기가 알아서 최적의 상태를 맞춰준다는 개념이다.
삼성전자는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LG전자는 TV를 핵심 허브로 삼아 연결 대상을 무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연결성은 집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밖으로 뻗어나간다. 향후에는 거실 가전 제품과 자율차가 하나의 몸체처럼 이어진다. 궁극적으로 자동차를 집의 확장 대상으로 끌어오는 것이 가전 사업자들의 구상이다.
'홈허브' IoT 핵심으로…가전·모바일 시너지 주목
삼성전자는 CES에서 가전제품을 개인별로 맞춰주고 연결해주는 통합 홈 컨트롤러인 '홈허브'를 공개했다. 홈허브는 스마트홈 플랫폼인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한다. 연결된 가전 제품과 서비스를 활용, 맞춤형 AI(인공지능)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태블릿 형태로 집에 두고 가족과 함께 공유가 가능하다.
홈허브는 가전 제품의 최적화된 활용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안내 받고 확인할 수 있다. 집안 어디서나 '빅스비' 음성제어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홈허브를 오는 3월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이후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CES 기간 중에 "올해는 가전 제품을 잘 연결하고 사용자 맞춤형으로 제어해 기능뿐 아니라 사용 경험까지 나에게 맞춰 디자인하는 단계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맞춤형 가전인 '비스포크'로 소비자를 삼성 생태계에 묶어두는 이른바 '락인(Lock-in)'을 했다면, 이제는 홈허브를 통해 관련 기기를 통합적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별도의 IoT(사물인터넷) 허브 없이 스마트홈 환경을 구축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공개했다. '스마트싱스 허브'를 신형 TV와 모니터, 냉장고에 이식한다는 계획이다.
삼성 가전을 넘어 다른 제조사들과의 연결에 신경을 썼다. 이를 위해 글로벌 가전 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GE △하이얼 △일렉트로룩스 △아르첼릭 △트레인 등과 연합하고 연맹체인 'HCA(Home Connectivity Alliance)'를 발족했다. 세계 소비자들은 다양한 브랜드의 가전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모바일과 연동해 더욱 유연한 생태계 확장을 추진한다.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한 LG전자와의 차별화 포인트다.
삼성전자는 작년 연말 TV와 가전 사업을 담당하던 CE(소비자가전) 부분과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던 IM(IT·모바일)부문을 통합해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을 신설했다. 가전과 모바일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부회장은 "연간 약 5억대의 기기가 전 세계에 판매돼 삼성전자의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며 "통합된 DX 부문 체제로 한 단계 더 도약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창출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홈허브 된 TV…'바퀴 달린 집' 확장
삼성전자가 모바일을 홈허브의 기반으로 삼았다면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LG전자는 TV를 꼽고 있다. 남호준 HE연구소장은 이번 CES에서 "궁극적으로 TV를 통해 가정의 모든 제품을 조정하고,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고 전달하는 허브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홈허브의 기반에는 LG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인 'LG 씽큐'가 있다.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기존 앱의 개선판을 소개했다. 단순히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객이 일상을 보다 편리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프로액티브 서비스'를 통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제품의 작동상태를 분석할 뿐 아니라 예상되는 고장을 사전에 감지해 알려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상담사 연결, 출장 예약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LG전자는 LG 씽큐의 생태계를 미래 선보일 자율주행차까지 확대하겠다는 포부다. 올해 CES에서 LG전자가 새롭게 선보인 'LG 옴니팟'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미래 자율주행차 콘셉트 모델이다.
단순히 이동수단이 아닌 업무를 위한 오피스 공간, 영화감상·운동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개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스마트홈을 넘어 모빌리티까지 LG 씽큐의 적용 대상을 확대해, 자동차가 이동수단에서 생활공간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고객이 어디서든 집과 같은 편안함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LG 씽큐 생태계를 모빌리티 분야까지 확장해 집에서의 경험이 차량 내에서도 끊김 없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공간의 경계를 허물며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