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주파수 경매'가 정부의 중재 노력에도 뾰족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장관이 17일 통신 3사의 CEO(최고경영자)들과 만나 '담판'을 지을 것이란 기대가 모아졌으나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통신사들은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지 않았고 과기부 장관은 개별 혹은 병합 방식의 경매안 가운데 어느 하나를 결정하지 못하고 원론적인 얘기만 반복했다.
이로써 5G(5세대) 주파수 추가 할당은 사실상 차기 정부에 미뤄지게 됐다. LG유플러스만 당초 이달로 예정된 경매가 기한 없이 연기됨에 따라 속이 타들어 가게 됐다.
80분 논의에도 결론 無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우체국에서 통신 3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5G 주파수 할당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구현모 KT 대표와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대표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장관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2018년 5G 주파수를 타사보다 적게 할당받아 특정 지역에만 5G 서비스가 이뤄지다보니 농어촌 지역 가입자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과 KT는 이번 경매가 LG유플러스에 사실상 특혜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LG유플러스에만 주파수가 할당된다면 SK텔레콤 가입자는 역차별을 받으니 공정하게 할당해달라"고 밝혔다.
구현모 KT 대표는 LG유플러스의 주파수 추가 요청 명분 가운데 하나인 '농어촌 서비스 불균형'에 대해 일부 공감한다고 밝혔으나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KT는 LG유플러스가 주파수를 할당받더라도 사용 시기 등에 '조건'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각사의 요구 사항을 경청한 임 장관은 그럼에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5G 품질 제고'와 '통신 투자 활성화'를 위한 주파수 분배를 하겠다는 알맹이 없는 메시지만 내놓았다. 아울러 SK텔레콤이 새로 제안한 요청 대역의 할당이 가능한지 검토한 뒤에 계획안을 다시 발표하겠다고 했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정부가 2023년 이후 할당할 계획이었던 3.7~4.0기가헤르츠(㎓) 대역에 대해 기업들의 수요가 제기됐으므로 대국민 서비스 편익, 투자 활성화, 글로벌 5G 주파수 공급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각사가 요청한 주파수 할당 방안, 일정 등을 조속한 시일 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무한 대기'?
당초 업계에서는 정부가 개별 혹은 병합 경매 방식으로 담판을 지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간담회 개최 전 과기정통부는 통신 3사의 입장을 서면을 통해 각각 전달받은 바 있다.
입장문에 따르면 SK텔레콤은 각사가 균등하게 공급받을 수 있게 총 60메가헤르츠(㎒) 폭 주파수에 대해 경매를 병합해 진행해달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요청한 주파수에 대해 예정대로 경매를 하고 SK텔레콤·KT가 원하는 대역 경매는 추후 진행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전했다.
KT는 LG유플러스가 요청한 대역에 대한 경매를 먼저 진행하되, 할당 조건을 달아달라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구현모 대표는 이날 "SK텔레콤이 추가적으로 요청한 주파수 대역(3.7~4.0㎓)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면밀한 검토가 없었다"며 "그 검토를 추가로 진행하고 결과를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개별 경매와 병합 경매 모두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최 국장은 "SK텔레콤이 3.7㎓ 이상 대역을 요구하고 KT도 대응투자를 검토한다고 해 우리로선 변수가 많이 생겼다"며 "순차적인 경매와 병합 경매 양쪽 다 열어놓고 정리해서 발표하겠단 게 현재 입장"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주파수를 추가 할당받을 수 있는 시점은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작년 7월 정식으로 추가 할당을 요청했고 정부는 6개월간 연구반을 운영, 같은 해 12월 이를 승인했다. 경매 계획은 올초 발표됐으며 예정대로면 늦어도 이달 말 공고가 나와야 했다.
정부 입장이 병합 경매쪽으로 기운다면 추가 할당 시점은 더 늦춰질 전망이다. 대선 이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항공업계가 주장한 전파고도계 간섭 문제, 클린존 구축 등 실무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가 얽혀 있다. 임혜숙 장관 및 실무진이 참석하는 'MWC 2022'도 일정상 변수다.
과기정통부는 3.7~4.0㎓ 대역 할당에 대한 연구반을 차주부터 가동한다. 최우혁 국장은 "3.7~4.0㎓ 대역 300㎒에 대해 짚는 건 적지 않은 작업"이라며 "미국도 3.7㎓ 대역에서 추가적으로 공급을 했는데 주파수를 어느 시기에 공급해야 할지 적정 시기를 선택해야 경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이같은 절차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가 추가 요청한 20㎒ 폭은 사전 논의를 거쳐 작년 7월에 할당 신청 서류를 정식으로 접수하고 그러면서 절차가 시작됐다"며 "먼저 연구반 TF(태스크포스), 공청회를 거친 주파수와 뒤늦게 제기된 3.7㎓ 주파수를 같이 논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