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상자산 광풍이 몰아친 이후 5년이 지났으나 관련 정보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관련 정보를 마주친다 해도 어려운 기술 용어에 둘러싸여 있어 내용을 파악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백서읽기에선 한 주간 주요 거래소에서 주목받았던 코인을 선정해 쉽고 자세히 풀어드리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제재하는 흐름이 거세지는 가운데, 러시아와 연관된 일부 가상자산(코인)들의 가격이 뚜렷한 호재 없이 오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가상자산으로 웨이브(WAVES)를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업비트에서 1만3000원대로 종가를 기록한 웨이브는 다음날 최고가 2만원대로 치솟은 뒤 횡보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웨이브는 자신들의 블록체인 플랫폼(메인넷)을 바탕으로 이용자들이 어플리케이션(앱)이나 코인 등을 개발할 수 있는 서비스로, 러시아 출신 개발자가 만들어 '러시아의 이더리움'이라고도 불립니다. 최근 러시아에서 경제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사들이는 이들이 늘면서, 대표 러시아발 코인인 웨이브가 떠오르는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최고 킬러 콘텐츠는 블록체인 그 자체"
웨이브는 블록체인 기업 웨이브 테크에서 운영 중인 동명의 프로젝트 '웨이브'에서 사용되는 코인입니다. 게임이나 의료, 보험 등 뚜렷한 방향성을 지닌 프로젝트들과 달리, 웨이브는 블록체인 서비스 자체를 제공하는 B2B 기업입니다. 쉽게 말해 자신들의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웨이브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정품 인증, 전자 투표, 저작권 인증, 의료 기록 관리, 금융 서비스 관리, IoT(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러시아 상업은행인 알파뱅크, 글로벌 알루미늄 제조 기업 루살, 마이크로소프트 러시아 등과 파트너쉽을 맺어 블록체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웨이브의 백서엔 "최고의 블록체인 킬러콘텐츠는 블록체인 그 자체"라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블록체인으로 직접 인기 서비스를 만들어내기보다 다양한 개발자들이 앱 등을 개발할 수 있는 탄탄한 개발 환경 자체를 제공하겠다는 웨이브의 의지를 잘 보여주는 말입니다.
웨이브처럼 블록체인 플랫폼 자체를 서비스로 제공해 다양한 기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이더리움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 역시 자신들의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다양한 개발자들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러시아를 활동 무대로 삼는 웨이브를 '러시아의 이더리움'이라고도 부릅니다.
매매차익 더해 '이자농사'도 가능
일각에선 '이더리움 카피'가 아니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업계에서 받아온 평가는 그 이상입니다. 웨이브를 비롯한 가상자산 발행 기업들은 주식 시장의 IPO(기업공개)처럼 새로 만든 코인을 발표하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ICO(코인공개)'라는 것을 진행합니다. 웨이브 테크는 2016년 웨이브 ICO에서 약 200억원을 모았는데, 당해 최고 모금액이라고 전해질 정도로 관심이 높았습니다.
가상자산 웨이브는 웨이브 테크의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개발자들이 어플리케이션이나 코인, NFT(대체불가능토큰) 등을 만들 때 지불하는 수수료로 사용됩니다. 코인을 만들 땐 웨이브 한개, NFT를 만들 땐 웨이브 0.001개를 냅니다.
웨이브는 웨이브 테크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데에도 쓰입니다. 블록체인 플랫폼은 일반적으로 '노드'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의 투표로 운영 방향을 결정합니다. 노드들은 블록체인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는 거래 내역을 저장하는 서버 역할을 하는데, 기업의 대주주들처럼 회사의 중대 사안을 결정하는 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웨이브 테크에선 주식처럼 일정 개수 이상의 코인(웨이브)을 보유한 이들이 노드로 참여합니다. 이런 방식을 '지분 증명(PoS)'이라고 부릅니다. 각 노드들은 플랫폼 운영사인 웨이브 테크로부터 보유한 코인에 비례해 주식 배당금 격인 보상을 받습니다.
독특한 점은 웨이브 테크가 '지분 증명' 방식에 코인을 빌려줄 수 있는 '리스 지분 증명(LPoS)'을 도입한 겁니다. 노드로 참여할 만큼 많은 코인을 보유하지 못한 이들이 노드에게 코인을 빌려주고, 노드들이 보상을 받을 때 자신들이 빌려준 코인에 비례해 보상을 나눠가질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 방법으로 웨이브 투자자들은 매매 차익뿐만 아니라 코인을 빌려주고 대가를 받는 '이자 농사'도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주목받는 이유 '러시아 메타' 때문?
지난달 웨이브 플랫폼을 2.0으로 업데이트하고, 서로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이어주는 기업 올브릿지와 파트너십을 맺어 생태계 확장성을 높이는 등의 호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대적인 가격 상승을 유인할 만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오히려 웨이브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대표 러시아발 코인으로 꼽히면서 떠올랐다는 평이 많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러시아 메타'라 불리는 투자 성향의 힘을 입은 것입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에서 법정화폐 루블의 가치가 낮아져 최근 러시아 내 가상화폐 투자 규모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경제 제재에 이어 러시아 국민들의 가상자산 투자까지 제재하려는 서방 주요국의 움직임이 커지자, 비교적 규제가 어려운 러시아발 코인을 사들이는 러시아 투자자가 늘어나리란 기대가 나옵니다. 이 때문에 웨이브를 비롯한 러시아발 코인을 매수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웨이브가 러시아의 이더리움이라고 불리는 것은 개발자의 국적 때문이기도 합니다. 웨이브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이바노프는 러시아인으로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MSU)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프로그래밍으로 석사 학위를 받아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러시아 정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