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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잇딴 자사주 취득에도 약발 안 먹히는 이유

  • 2022.03.24(목) 06:50

셀트리온·한올·HK이노엔 등 직·간접 자사주 매입
"주주달래기에 효과 없어…신약 개발 성과 내야"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잇달아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최근 들어 제약바이오 종목 전반의 주가 흐름이 좋지 못하면서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는 판단에서다. 이들 기업은 자사주 취득을 통해 주가 회복과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주가는 여전히 약세다. 업계에서는 눈앞의 주주달래기가 아닌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해 두 차례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1~2월에 각각 878억원과 435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셀트리온은 약 80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약 4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 매입 중이다. 

한올바이오파마도 최근 총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에 나섰다. 취득예정 주식은 발행주식 총수의 약 1%인 54만3479주로, 유가증권시장 장내 매수를 통해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회사는 취득한 자사주를 향후 신약 연구개발(R&D) 인재 유치를 위한 스톡옵션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직접 장내에서 매수하지 않고 신탁계약을 통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는 곳도 있다. HK이노엔(HK inno.N)은 지난달 한국투자증권과 242억원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일양약품은 삼성증권과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 오는 9월 14일까지 3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일 예정이다. 

아울러 현장형 신속검사 전문기업 휴마시스도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계약을 맺고 오는 9월 16일까지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한다. 분자진단 전문기업인 씨젠은 삼성증권을 통해 오는 28일부터 3개월 이내에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완료할 계획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인 쎌바이오텍도 지난달 하나금융투자와 5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일반적으로 자사주 취득은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대부분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 유통물량이 줄어들어 주식의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이 매입한 주식을 향후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을 경우에는 시장에 유통물량이 다시 쏟아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자사주 신탁계약의 경우 직접 취득과 다르게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도중에 계약을 해지해 실제로는 발표와 달리 아예 이뤄지지 않거나 일부만 취득할 가능성도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인 쎌바이오텍은 지난해 하나금융투자와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는 내용으로 신탁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로는 73% 정도의 자사주만 취득하고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특히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의 경우 계약이 해지됐을 때 매수한 주식을 그대로 받는 경우도 있지만 증권사가 매입한 주식을 되팔아 현금으로 기업에 돌려주는 경우도 있다. 사실상 취득한 주식이 아예 없는 셈이다. 

기업이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해야 주당 가치가 높아져 비로소 주주가치가 제고됐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휴젤은 지난해 12월 약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10만주를 무상 소각했고 주가가 급등했다. 과거에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소식에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올해는 유독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어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다수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주주달래기에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신약 개발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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