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조카의 난' 2차전도 금호석화 완승

  • 2022.03.25(금) 15:26

정기주총서 박철완 전 상무 안건 모두 부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호석유화학이 박철완 전 상무와의 표 대결에서 승리했다. 주총에 올라온 배당과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안건 모두 사측안이 통과됐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모두 작년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사측에 지지를 보냈다.

박 전 상무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둘째 형인 고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해 박 전 상무는 본인의 사내이사 선임을 포함 배당, 사내·사외이사 선임 등에 대한 주주제안을 냈지만 패배했다. 이후 박 전 상무는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호석유화학에서 해임된 바 있다.

25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금호석유화학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국민연금·주주, 금호석화 손 들었다 

25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열린 제45기 금호석유화학 정기 주주총회에는 △재무제표 △이익배당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올라왔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박 회장과 박 전 상무는 이익배당과 사외이사·감사위원에 대해 서로 다른 안건을 제안, 표 대결을 벌였다.

그 결과 압도적인 표 차로 박 전 상무가 완패했다. 사측의 안건은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3배 가까이 많은 표를 얻었다. 

관심 사안이었던 이익 배당의 경우 사측이 제안한 보통주 1주당 1만원, 우선주 1주당 1만50원 배당안이 찬성 1169만2829주로 68.6% 동의를 얻었다. 박 전 상무측 제안은 31.9%(543만4293주) 동의를 얻는 데 그쳤다. 박 전 상무는 보통주 주당 1만4900원, 우선주 주당 1만4950원 배당안을 상정한 바 있다.

작년에 이어 국민연금이 박찬구 회장측 손을 들어주면서 표 대결의 승부가 갈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말 기준 6.82% 지분을 지닌 '캐스팅 보터(결정 투표자)'다. 국민연금은 "향후 중장기 투자계획 등을 고려할 때 금호석유화학 이사회가 낸 이익배당 안건이 더 적정한 수준"이라며 회사의 이익 배당안에 찬성했다.

사측이 제안한 배당 금액이 전년(4200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소액주주들의 민심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권 분쟁을 일단락 짓고, 회사의 실적 및 기업 가치로 오롯이 평가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주주들의 의사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날 배당안에 대해 백종훈 대표이사는 "작년 12월 공시한 당사의 배당 정책의 개선으로 회사의 이익 규모, 투자 재원 확보 등의 요인을 다각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사상 최대 실적 등을 반영해 전기 대비 약 143% 증가한 금액으로 배당안을 마련했고, 총 주주환원 규모는 4309억원으로 전기 대비 279%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사외이사·감사위원 사측안 통과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선임 역시 사측이 제안한 안건이 통과됐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상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를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박영우 에코맘 코리아 이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박 전 상무는 이성용 전 신한DS 대표를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함상문 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제안했었다.

하지만 박 전 상무 측이 제안한 안건은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사측이 제안한 박상수 후보와 박영우 후보는 각각 1210만6594주, 1211만4020주의 표를 얻어 찬성률 71%로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박 전 상무 측이 제안한 이성용 후보와 함상문 후보는 각각 504만724주(29.6%), 494만4840주(29.0%)의 찬성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성용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이 무산되면서 감사위원 선임건은 자동으로 폐기됐다. 박상수 후보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은 찬성 72.6%로 통과됐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주주들의 성원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기업 가치 제고와 ESG 강화를 통한 주주가치 향상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철완 물러설까?

다만 이날 금호석유화학은 주가 하락에 대한 주주들의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회사에서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고 하는데 주가 상황은 좋지 않다"며 "이는 진정한 주주 가치 제고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백 대표는 "주가 하락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회사 실적은 나쁜 상태가 아니었지만 주가에 반영이 안 됐다"고 해명했다.

25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가 주주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박 전 상무측 도발도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박 전 상무 측은 2년 연속 패배에도 불구, 향후에도 주주로서 적극적인 권리 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8.58% 보유했다. 박찬구 회장 지분인 6.73%보다 많다. 박 전 상무가 사측에 지속적으로 표 대결을 제안하는 이유다.

박 전 상무는 주총 이후 입장자료를 통해 "앞으로도 자사주 장기 보유, 과소 배당 등 비친화적 주주환원 정책 바로잡기 위한 최대주주로서 책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임시주총을 소집해 주주들의 의사를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사측의 손을 들어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 추가 자사주 소각에 대한 한 주주의 질문에 대해 백 대표는 "자사주는 신규 사업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자사주는 소각보다 투자 및 신규 사업에 활용하는 게 좋다는 미국 논문이 있어, 그런 방향으로 잡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