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해성 논란으로 퇴출 위기에 놓였던 모다모다가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모다모다는 머리를 감기만 해도 모발을 염색할 수 있는 샴푸로 품절 사태를 빚으며 공전의 히트를 쳤지만 최근 위해성 논란으로 퇴출 위기에 놓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모다모다 샴푸의 핵심 성분을 화장품 사용 금지 원료로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이에 대한 재검토를 권고하면서 안전성 검증을 통해 당장의 위기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규제 당국의 모호한 가이드라인이 국내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개위, 식약처 금지 원료 재검토 권고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28일 화장품 원료로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 성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식약처 고시에 대해 개선 권고 결정을 내렸다. 식약처와 모다모다가 시간을 갖고 제품의 위해성 여부를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에서다.
앞서 지난해 12월 식약처는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의 핵심 성분인 THB를 화장품 사용 금지 원료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고시를 행정 예고했다. THB가 후천적으로 피부가 민감해지는 '피부감작성'을 일으킬 수 있고 유전독성으로 유전물질(DNA)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유럽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의 보고서에 근거한 것이다.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는 머리를 감으면 새치가 흑갈색으로 변하는 효과로 화제를 모은 제품이다. 사과가 공기 중에 오래 노출되면 갈색으로 변하는 원리를 이용해 개발했다. 지난해 6월 미국에서, 8월 국내에서 출시한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6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식약처 고시가 최종 확정되면 THB를 포함한 모다모다 샴푸는 오는 9월부터 생산이 금지되고, 생산된 제품도 2년 뒤부터 판매가 금지될 예정이었다.
이번 규개위 결정으로 모다모다 샴푸는 일시적으로 국내 퇴출 위기를 모면하게 됐다. 다만 모다모다는 앞으로 2년 6개월 안에 식약처가 납득할 만한 안전성 자료를 내놔야 한다. 모다모다는 해당 제품의 안전성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 7년 동안 제품을 개발하면서 화장품으로서 안전성 평가는 이미 완료한 상태고, 의약품 수준에서의 안전성 평가는 올 상반기 중으로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 '고무줄 규제'에 갇힌 '혁신' 기술
모다모다는 △THB 위해성 판단의 근거 △일관성 없는 식약처 원료 규제 등을 앞세워 식약처 고시에 대해 불합리함을 호소해왔다. 우선 식약처가 근거로 한 SCCS 보고서에 따르면 염모제로 THB를 장기간 머리에 도포했을 때 유전독성이 나타났다. 반면 모다모다 샴푸는 세정제에 속하며 2~3분 정도 짧게 사용한다. 실험 조건이 다른 만큼 위해성 판단의 근거를 더욱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일본과 미국 등에선 해당 원료가 규제 대상이 아니다. 현재 모다모다 샴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고 제품을 판매 중이다.
식약처가 규제 잣대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모다모다는 지난 24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 국내 유통되는 염색약에 유럽연합(EU)에서 금지 조치한 유전독성 원료 3개 종류가 약 52개 제품에 포함돼 있지만 규제 당국이 별도의 위해성 평가 없이 방치해왔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EU는 오-아미노페놀, 2-아미노-5-니트로페놀, 엠-페닐렌다이아민 등을 염모제 원료로 사용할 수 없게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식약처는 제품에 이들 원료를 1~3% 수준까지 포함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THB 사용을 전면 금지한 식약처 조치에 형평성 논란이 나오는 배경이다.
학계와 제약바이오업계에선 모호한 식약처 가이드라인이 기술 혁신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실제로 제품의 안전성과 별개로 혁신 기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해 규제 당국과 기업이 갈등을 빚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바이오니아가 짧은 간섭 리보핵산(siRNA)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탈모 기능성 화장품의 허가를 반려했다. siRNA를 주성분으로 하는 신청 품목이 화장품법에 따른 물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국내 기업들은 규제 당국이 행정처분을 내리기 전에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원료를 금지하거나 규제할 땐 물질의 안전성과 함께 해당 결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특히 바이오업계는 식약처의 사소한 행정처분이 신뢰도 저하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고 혁신 기술이 탄생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