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노동·시민단체들의 반대로 사내이사 후보자를 다시 정해야 하는 변수에 빠졌다.
KT는 당초 박종욱 안전보건총괄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고자 했으나 주총을 앞두고 자진사퇴 했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박 대표에 대해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재선임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었다.
박종욱 대표, 재선임 투표 전 자진사퇴
KT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40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회사 측은 당초 이날 주총에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박종욱 안전보건총괄 대표를 재선임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박 대표가 재선임 투표를 앞두고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사퇴하면서 해당 안건이 폐기됐다.
박 대표의 사퇴는 재선임을 두고 대내외에서 비판 여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로 지난해 약식 기소돼 올 초 정치자금법 위반 및 횡령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후 박 대표가 정식재판을 청구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번 주총을 앞두고 노동·시민단체들은 박 대표의 재선임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해당 안건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T의 최대주주(12.49%)인 국민연금도 재선임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박 대표의 임기가 정기 주주총회일까지였던 만큼 KT 안전보건총괄 자리도 당분간 공석이 된다. 박 대표는 지난 1월 KT가 기존 구현모 단독대표 체제에서 구현모·박종욱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안전보건총괄로 선임됐다.
KT는 조만간 이사회에서 새로운 사내이사 후보를 정한 뒤 임시 주주총회에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로써 박 대표는 기존 경영기획부문장 역할만 유지하게 된다
한편 이날 사내이사에는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신규 선임됐다. 유희열 KT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김용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홍 벤자민 라이나생명보험 이사회 의장 등은 사외이사에 새롭게 선임됐다.
구현모 대표 "지주형 전환에 관심"
이와함께 이날 주주총회에서 구현모 KT 대표는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 가능성을 언급했다.
구 대표는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사업구조 조정 등 지주형으로의 전환에는 관심이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KT의 주가는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또 성장성을 높여 주가 상승과 배당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KT 주가는 아직도 낮다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올해 전체적인 시장은 10% 이상 떨어졌지만 KT는 15% 오른 만큼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자회사 기업공개(IPO) 계획도 밝혔다. 구 대표는 "올해 IPO 준비 기업은 밀리의 서재, 케이뱅크 등이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IPO를 준비 중인데 상당한 가치를 평가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밖에 비씨카드 등 몇몇 회사들도 IPO를 했으면 좋겠다하는 기업이 있다"고 밝혔다.
또 KT는 정관 일부를 변경해 주주환원 방법을 다양화했다. 기존에는 주주에 대한 배당을 '금전'과 '주식'으로 한정했으나 '기타의 재산'을 추가해 향후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 외에도 마이데이터 사업추진을 위해 '본인신용정보관리업 및 부수업무'를 목적사업에 추가했다. KT는 통신과 금융 데이터 등을 융합한 초개인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구현모 대표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KT는 시대적 변화를 성장 기회로 만들며 지난 20년 이래 가장 큰 서비스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며 "2022년에도 매출 성장과 질적 이익 개선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