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에 사용된 플랫폼 기술로 다양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바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종류인 메신저리보핵산(mRNA)인데요. 에스티팜에 이어 GC녹십자까지 mRNA 개발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지질나노입자(Lipid Nano Particle, LNP) 제조기술을 도입하면서 mRNA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습니다.
mRNA 백신‧치료제 개발의 핵심은 '지질나노입자'
LNP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나노입자로 체내에 주입하는 전달 시스템으로, 쉽게 말해 mRNA가 세포 안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감싸고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mRNA는 분자가 불안정하고 크기가 커서 세포막을 통과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세포까지 도달할 수 있는 LNP 기술이 mRNA 관련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당 기술은 1998년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과 아뷰터스 바이오파마(Arbutus Biopharma)의 공동 연구로 개발됐는데요. 이후 특허권을 아뷰터스에 이전했고 아뷰터스는 2012년 캐나다 소재 아퀴타스 테라퓨틱스(Acuitas Therapeutics)에 기술 실시권을 전달했습니다. LNP 기술 특허권은 아뷰터스가 갖고 있고 아퀴타스는 LNP 기술의 사용을 허락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겁니다.
LNP 제조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에 적용되면서입니다. 모더나의 경우 아크튜러스라는 회사에서 기술이전을 받았는데요. 문제는 아크튜러스가 아뷰터스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모더나에 기술을 재이전하면서 소송까지 이어졌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아뷰터스의 승소로 2029년까지 LNP 기술의 독점권을 아뷰터스가 보유하게 됐죠.
화이자‧녹십자‧에스티팜, mRNA 개발 위해 LNP 기술사용 계약
화이자는 특허권을 갖고 있는 아뷰터스와 로이반트 사이언스가 공동 설립한 제네반트 사이언스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분쟁에서 자유로웠습니다. 특히 화이자는 지난 1월 아퀴타스와 최대 10개 타깃에 대해 LNP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상포진 등 mRNA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확대할 계획을 알렸습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역시 LNP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특허권을 보유한 기업에 기술사용을 허락받아야 합니다. 이에 GC녹십자는 최근 아퀴타스와 LNP 기술 도입에 대한 개발 및 옵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으로 GC녹십자는 아퀴타스에서 보유한 LNP 기술을 최대 4개 후보물질 타깃에 사용할 수 있게 됐죠. 녹십자는 LNP 기술을 접목해 독감백신과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앞서 에스티팜도 지난해 4월 제네반트로부터 LNP 기술 관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에스티팜은 한미약품, GC녹십자,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등과 컨소시엄을 결성하고 LNP 기술을 통해 코로나19 mRNA 백신 'STP2104'을 개발 중입니다. 나아가 에스티팜은 국내에서 LNP 기술을 개발한 이혁진 이화여대 약대 교수팀과 협력해 LNP 기술의 국산화 및 국내 특허 등록도 마친 상태인데요. 에스티팜은 확보한 LNP 기술을 통해 항암백신 등 mRNA 백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내서도 LNP 자체 기술 확보 위해 연구 돌입
mRNA가 최초로 상용화된 의약품은 코로나 백신이 처음입니다. 이제 첫 걸음을 뗀 분야라는 이야기죠. 앞으로 더 많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mRNA 백신 연구 및 개발로 영역을 넓힐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해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mRNA 기술 수요조사를 파악한 결과 약 17개 기업이 참여의향을 밝히기도 했죠.
mRNA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있어 LNP는 반드시 필요한 제조기술인 만큼 국내에서도 자체 LNP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GC녹십자가 기금을 출연해 설립된 비영리 연구재단인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지난해 신규 LNP 개발에 돌입했는데요. 자체 LNP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 희귀질환, 감염성 질환 등 다양한 질환 신약 개발에 LNP 기술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SK바이오사이언스도 mRNA 백신 개발을 위해 자체적으로 플랫폼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자체 mRNA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녹십자나 에스티팜처럼 LNP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데요. 빠른 시일 내에 LNP 기술 개발에 성공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해외 기술을 도입하지 않고 국내 자체 기술로 다양한 질환의 mRNA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