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성기를 구가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엔데믹 시대와 마주하며 고민이 커졌다. 여러 선택지 가운데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과 맞물려 주목받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개발이 생존 키워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내 바이오벤처들도 mRNA 플랫폼 개발 및 백신·치료제 위탁생산(CMO) 사업에 뛰어들며 경쟁력을 강화 중이다. 다만 국산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2일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2022'에서는 'mRNA 플랫폼 및 백신 CMO'를 주제로 투자설명회(인베스트 페어)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조양제 아이진 최고기술책임자(CTO), 백영옥 유바이오로직스 대표, 손기영 엔지켐생명과학 회장 등이 참석해 mRNA 기반의 백신 개발 상황을 발표했다.
아이진은 mRNA 코로나19 백신 'EG-COVID'를 개발 중이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만 알면 빠르게 설계할 수 있어 초기 개발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도 쉽다고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mRNA 플랫폼의 경우 글로벌 기업들도 초기 개발 단계인 만큼 국내 기업들에도 기회와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한다.
조양제 CTO는 EG-COVID의 경쟁력으로 지질나노입자(LNP) 등 특허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내세웠다. LNP는 mRNA를 세포 안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전달 기술이다. mRNA 관련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의 핵심 기술로 꼽히지만 기술 특허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특히 EG-COVID의 경우 양이온성 리포좀을 전달체 시스템으로 사용해 LNP 관련 특허 문제를 대부분 회피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백신뿐 아니라 치료제 분야에서도 mRNA 플랫폼이 많이 사용될 것이고 아이진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관련 특허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예를 들어 아데노바이러스(AAV) 유전자 치료제를 mRNA 플랫폼 기반 치료제로 전환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유바이오로직스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유코백-19'의 해외 임상3상 계획을 발표했다. 백영옥 대표는 "정부가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들이 백신 개발할 수 있도록 끝까지 밀어준다고 했지만 지금은 국내에서 백신 임상을 진행하는 게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필리핀이나 아프리카 지역에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자체 확보한 항원 및 면역증강기술(EuIMT)과 미국 POP 바이오테크의 항원디스플레이기술(SNAP)을 융합한 백신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올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백 대표는 "지난주 필리핀에서 유코백-19의 임상 승인을 받았고,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조만간 좋은 소식을 알려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부스터 백신 등 추가적인 코로나19 백신 개발 역시 정부의 협조를 받거나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엔지켐생명과학은 국산 백신 개발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기영 회장은 "코로나19 시기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불과 1년 만에 코로나19 백신을 상용화시킨 데에는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영향이 컸다"며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공급에 20조원을 지원했고, 영국도 백신 태스크포스(TF)에 10조원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백신 주권 국가로서 도약하기 위해선 정부의 백신 선구매, 신속 사용 승인, 금융 지원, 정부의 외교 채널을 통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현재 인도 자이더스 카딜라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자이코브디(ZyCoV-D)'를 CMO하고 있다. 자이코브디는 라스미드 디옥시리보핵산(pDNA) 코로나19 백신으로, 지난해 8월 인도의약품관리국(DCGI)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자이더스와 자이코브디의 제조 라이선스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 1월 백신 원액(DS) 제조 위탁 후속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