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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 mRNA 백신 영역 넓히는 이유

  • 2023.10.05(목) 16:57

모더나 mRNA 파이프라인 43개 보유
국내기업은 아직 원형 백신 개발 단계
"플랫폼 기술 검증 후 빠른 확장 가능"

김희수 모더나코리아 의학부 부사장이 5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모더나코리아 기자간담회에서 '모더나의 업데이트된 코로나19 백신을 통한 엔데믹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윤화 기자 @kyh94

코로나19 종식에 기여했던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이 호흡기질환 백신을 넘어 항암, 희귀질환 등으로 치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세계 최초로 mRNA 기반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는 전달 기준 mRNA 파이프라인 43개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흑색종 치료제가 임상 3상에 진입하는 등 향후 5년 내 관련 성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mRNA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한 기업이 없다. 다만 조금씩 진전은 나타나고 있다. mRNA 백신개발 기업 아이진은 한국, 호주 등에서 코로나19 원형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백신 임상 1, 2상을 밟고 있다. GC녹십자는 최근 mRNA 기반 독감 백신 개발연구에 돌입했다.

글로벌 빅파마와 비교해 늦었지만 연구를 지속하는 이유는 자체 플랫폼 기술만 확립하면 수개월 내 새로운 전염병 등에 대응한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mRNA의 특성에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참여하는 '백신 100일 미션'(새로운 펜데믹 발생 시 100일 내 백신 개발)도 이러한 기술 덕분에 추진되고 있다.

모더나, mRNA 파이프라인 43개 확보

모더나코리아가 5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코로나19로 실현된 mRNA 과학: 공중보건 레슨과 모더나의 mRNA 백신 전략'을 주제로 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모더나는 새 변이 바이러스 백신 '스파이크박스 엑스주'에 대한 소개와 항암, 희귀질환 등을 대상으로 한 차기 mRNA 활용 전략을 소개했다. 

mRNA 백신은 죽은 바이러스나 인위적으로 만든 단백질을 인체에 주입하는 것과 달리 우리 몸이 직접 항원을 만들도록 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mRNA가 독감 바이러스를 만드는 유전적 지침을 내리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이를 인식하는 법을 배우고 실제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항체를 형성해 싸우게 된다.

mRNA 백신은 기존 단백질 백신과 비교해 합성이 쉬워 빠르게 설계하고 제조할 수 있다. 모더나의 경우 원형 바이러스 mRNA 백신 개발부터 사용승인까지 단 11개월이 걸렸다. 질병관리청이 작년 국내 2가백신 접종효과를 분석한 결과 미접종자 대비 접종자의 중증진행위험이 95.5% 감소하는 등 안정성도 인정받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모더나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백신 외에도 자체 mRNA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백신 및 신약 개발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달 기준 현재까지 모더나가 개발 중인 mRNA 파이프라인은 총 43개다. 이 중 35개가 임상시험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독감 등을 동시에 접종하는 콤보백신, 항암·희귀질환 치료제 등이다.

김희수 모더나코리아 의학부 부사장은 "모더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mRNA연구, 전달, 생산이란 3가지 플랫폼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회사"라며 "이를 기반으로 2028년까지 호흡기 질환 백신에 더해 여러 가지 잠복 바이러스 백신, 항암과 희귀질환 치료제들을 개발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는 원형 바이러스 백신 개발 단계

SK바이오사이언스의 국산 코로나 백신 1호 '스카이코비원'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mRNA 기반 백신을 개발한 곳은 없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국산 1호 백신 '스카이코비원'은 미국 노바백스와 같은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백신이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항원 단백질을 만들고, 이를 인체에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전통적인 백신 개발법이다.

이러한 방식은 mRNA 모달리티(의약품이 표적을 타깃하는 방법)와 비교해 개발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하는 데 2년이 걸렸다. 통상 10년이 걸리는 백신 개발기간 대비 대폭 단축시켰으나 펜데믹 유행 속도와 비교해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기간이다.

현재 국내에서 mRNA 기반 백신 개발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아이진이다. 아이진은 지난달 원형 바이러스인 'SARS-CoV-2'를 타깃으로 하는 mRNA백신 'EG-COVID'가 국내 임상 1상 시험에서 안정성 및 면역원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아이진은 호주에서 용량을 늘린 EG-COVID와 오미크론 변이 대응 백신인 'EG-COVARo'의 부스터 효능과 면역원성을 평가하는 임상 2a상을 수행하고 있다.

mRNA 기반 독감 백신 개발에 나선 곳도 있다. GC녹십자는 지난 3월부터 지질나노입자(LNP) 전달 시스템 개발 전문기업 캐나다 아퀴타스사와 손잡고 2024년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mRNA 독감 백신 기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전남 화순 공장에 mRNA 시생산 설비 투자를 결정하고, 충북 오창에 있는 완제시설인 통합완제관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받았다.

우리나라, 너무 늦은 걸까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mRNA 백신 개발 속도가 너무 느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모더나나 화이자 등 글로벌 픽파마가 1년 안에 변이 바이러스 백신을 뚝딱 개발하는 모습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원형 바이러스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제약업계는 일단 제조, 설계, 전달 등의 국산 mRNA 백신 플랫폼을 구축하기만 하면 mRNA 기술 특성상 짧은 시간 내 여러 적응증을 타깃으로 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 이러한 초기연구가 충분한 의미를 있다는 입장이다.

아이진 관계자는 "아이진의 양이온성리포좀 전달체 구조의 mRNA 플랫폼기술 '이지-알(EG-R)'은 새로운 감염증 및 변이 바이러스 출현, 각종암치료 백신, 희귀, 난치성 질환에 적응증을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라며 "현재 'EG-R'을 활용해 코로나 19 예방 백신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결핵 백신 'EG-TB'를 개발 중이며 독감백신도 연구 중에 있다"고 했다.

최근 기후위기 등에 새로운 감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백신 안보 차원에서도 이러한 독자 mRNA 기술 확보 필요성은 높다. 이를 위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작년 신종전염병 대비를 위한 글로벌 연합체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 주도하는 '백신 100일 미션'에 동참하기도 했다. 새 전염병 발생 시 100일 이내에 mRNA 백신을 개발하고, 6개월 내 전 세계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출현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여 개발할 수 있는 것은 막대한 연구비를 충당할 수 있는 자본력과 전략적인 패스트트랙을 통해 임상 단계를 빠르게 거치는 등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라며 "지원 규모와 규제 당국의 정책 등 차이가 존재하나 우리 기업들도 현재 독자 mRNA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고 신규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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