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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품귀인데 독감치료제는 재고 처리에 '한숨'

  • 2022.05.31(화) 10:05

동아제약·대원제약 등 종합감기약 매출 급증
독감환자 감소로 사용기한 경과한 치료제 반품
제약사 "독감 치료제 폐기처분으로 손실 막대"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코로나 확산으로 감기약은 공급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호황을 누린 반면 독감 치료제는 산더미처럼 쌓인 재고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의 종합감기약 판피린 매출은 지난해 1분기 101억원에서 올 1분기에 127억원으로 늘었다. 연매출이 30억원대였던 대원제약의 콜대원도 올 1분기 매출만 70억원에 달한다. 판피린과 콜대원은 약국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대원제약의 경우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 감기약 매출도 대폭 늘었다. 진해거담제 코대원포르테(에스)는 지난해 1분기 매출 35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매출 134억원을 기록하면서 전체 매출액의 11.41%를 차지했다.

올해 순차적으로 코로나 방역지침을 완화하면서 지난 3월 일일 확진자가 62만1169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올 1분기에 코로나 확진자들이 대거 쏟아졌다. 다만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재택치료가 대부분이었고 발열, 두통 등의 증상을 완화해주는 종합감기약이 코로나 치료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 잇따른 품절 사태가 일어났다.

이와 대조적으로 독감은 환자가 대폭 줄면서 치료제 매출도 급감했다. 오리지널 독감 치료제인 로슈의 '타미플루'는 코로나 전인 2019년 연매출이 74억원이었지만 코로나 이후인 2020년에는 41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한미약품의 타미플루 제네릭인 '한미플루'도 2019년 49억원에서 2020년에는 18억원으로 줄었다. 1회 주사로 독감을 치료하는 GC녹십자의 페라미플루도 2019년에는 7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2020년에는 41억원으로 감소했다. 

코로나로 2020년과 2021년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독감 환자들이 급감한 영향이다. 실제로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2020~2021년 절기에 인플루엔자로 입원한 환자는 2018~2019년 절기보다 약 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난 2020년부터 사용량이 줄면서 쌓여온 독감 치료제들의 사용기한이 다다랐다는 점이다. 감기약 등 알약 형태로 개별 포장된 일반의약품의 사용기한은 1~3년 정도다. 코로나로 독감 치료제 수요가 줄면서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쌓여있던 독감 치료제들의 사용기한이 도래하기 시작했다. 제약사들은 약국과 의약품유통업체로부터 반품된 제품과 창고에 쌓여있는 제품들까지 재고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얼마 전 충북 제천시 어린이집에 배포돼 논란이 된 독감 치료제 '코미플루' 역시 코오롱제약이 재고처리를 위해 민간 봉사단체인 '한국사랑나눔공동체'에 기부했던 것이 발단이 됐다. 원래 전문의약품은 의사 처방 없이는 판매, 유통이 금지돼 있지만 의사‧약사가 소속된 사회봉사활동 단체가 의약품을 기부 받는 경우는 허용하고 있다. 전문의약품은 특정 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의료인의 진단과 지시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만큼 기부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결국 사용기한이 지난 재고는 대부분 폐기처분해야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손실을 고스란히 제약사들이 떠안게 됐다. 앞서 셀트리온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의 회계처리를 문제 삼아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유효기간이 만료된 의약품 재고를 재고자산 평가손실로 처리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은 바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쌓인 독감 치료제들의 사용기한이 경과하면서 약국과 유통업체로부터 반품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은 전량 폐기처분해야 하는데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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