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철강업계의 탄소 감축은 선택 아닌 의무가 됐다. 특히 철강업은 탄소를 많이 내뿜는 업종인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 철강업계가 친환경 공법의 제강 방식에 대한 연구와 기술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나서는 이유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에 주목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제강 과정에서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공법을 말한다. 탄소 배출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까워 '꿈의 제철 기술'이라고도 불린다.
포스코는 2050년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에 나서는게 목표다. 우선 2030년까지 데모플랜트(상용화 이전 작은 규모로 설비를 구축해 운영해보는 단계)를 가동해 수소환원제철의 상용화 가능성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엔 데모플랜트 설계 착수에 나서며 탄소중립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포스코는 지난달 26일 포항 기술연구원에서 영국 플랜트 건설기업 프라이메틀스(Primetals)와 수소환원제철 엔지니어링 기술 협력 업무협력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포스코는 고유의 친환경 수소환원제철 모델인 '하이렉스(HyREX)' 기술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단 계획이다.
이를 위해 파이넥스 기술을 활용한다. 파이넥스는 철광석과 석탄을 덩어리 형태로 만드는 소결, 코크스 공정을 생략하고 가루 형태 그대로 사용하는 공법이다. 포스코가 2007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기술로 이번 업무 협약을 맺은 프라이메틀스는 당시 파이넥스 설비를 설계했다. 이번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위해 양사가 다시 한번 손을 잡은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하이렉스도 철광석을 가루인 분광 상태에서 직접 수소와 접촉시켜 환원하는 방식을 따를 예정"이라며 "해외 주요 철강사들이 개발 중인 수소환원제철 모델인 샤프트 환원로(shaft furnace)은 철광석을 단단한 덩어리 형태인 펠렛(pellet)으로 가공해야하지만 하이렉스는 그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저품위 광석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가경쟁력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포스코와 프라이메탈스는 이달부터 하이렉스 데모플랜트 설계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번 설계를 시작으로 데모플랜트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를 이어나가면서 2030년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가능성 검증에 나선다. 이후 생산 최적화를 거쳐 현재의 제철소 고로(용광로)를 단계적으로 하이렉스 기반의 설비로 교체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김기수 기술연구원 저탄소공정연구소장은 "친환경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철강사를 중심으로 원료, 엔지니어링, 수소 등 산업 부문을 넘나드는 협업이 중요하다"라며 "양사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창의적이고 성공적인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