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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재점화한 불법 리베이트 논란, 안 막나 못 막나

  • 2022.08.29(월) 07:20

블라인드에 A제약사 불법 리베이트 고발 글 '파문'
급여에 포함된 인센티브, 리베이트 자금으로 사용
불법영업 사전 예방 위해 정부 차원 감시장치 필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제약업계에서 '제약의 꽃은 영업'이라는 말이 있다. 회사의 실적과 직결된 직군인데다 성과에 따라 자동차, 인센티브 등 포상이 두둑해서다. 실제로 제약 영업직에서 '억' 소리 나는 연봉이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다. 이에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직종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약 영업사원들의 통장에 찍히는 금액이 온전한 급여가 아니라는 건 동종 업계에서는 공공연히 아는 사실이다. 이른바 불법 '리베이트' 제공을 위한 현금 세탁 수단으로 영업사원들의 급여통장을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고발 글이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Blind)'에 올라오면서 또 다시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A제약사 영업사원이라고 밝힌 작성자에 따르면 이 제약사는 출장비 등의 명목으로 한 달에 약 140만원의 인센티브를 급여와 함께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비용은 세금 보전 명목으로 20만~30만원을 제하고 나머지는 모두 인출해 영업팀장에게 전달된다. 영업팀장은 이를 현금성 통장에 넣어 '리베이트' 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감기약이 품절 사태를 빚으며 해당 제약사 매출이 급증했고 회사가 이에 따른 특별상여 명목으로 급여의 100%를 상여금으로 지급했지만 실제로는 해당 비용 역시 위와 같은 방식으로 회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글에 댓글을 단 또 다른 영업사원은 표면적으로는 고액 연봉자가 되면서 마이너스 통장대출 한도가 늘어나고 후지급을 조건으로 선대출을 받아 리베이트로 지급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자 비용을 개인이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계속 지급을 미루면서 이직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A제약사의 경우 지난 2015년에도 2011년 리베이트 제공이 적발된 전례가 있다. 정부가 제약업계에 만연한 불법 리베이트를 척결을 위해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 △리베이트 쌍벌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경제적이익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법 리베이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물론 불법 리베이트는 한 제약사의 문제만은 아니다. 숱한 제약사들이 불법 리베이트 자금 조성을 위해 영업사원들의 급여로 상품권을 구입해 리베이트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가 점점 더 음지로 들어가면서 피해는 영업사원들에게 오롯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의 꽃이라 불리던 '영업'이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빚'만 떠안은 빛 좋은 개살구 신세가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개살구는 살구처럼 탐스럽고 맛깔나게 생겼지만 한 입 베어 물면 삼키기 어려울 만큼 시고 떫다. 고액 연봉이라는 화려함 뒤에서 시고 떫은 맛을 본 영업사원들로서는 주인의식과 애사심을 가질리 만무하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이 불고 있다. 이 안에는 기업의 윤리경영, 투명경영이 기본 개념으로 깔려있지만 불법 리베이트가 여전한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우선 기업의 자발적인 윤리경영이 필수지만 정부도 좀 더 칼을 날카롭게 갈아야 한다. 사후 조치인 처벌 강화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기업들을 감시‧감독하는 장치를 둬 불법 리베이트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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