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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산신약 약가제도 방치로 우는 제약바이오

  • 2022.10.07(금) 07:50

글로벌 기업 편의 맞춘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
개량신약 약가 오리지널의 45%…제네릭 보다 낮아
"허울뿐인 혁신형제약기업 지원 등 약가제도 문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A사는 공들여 자체 개발한 신약 수출이 무산됐다. 해외에서 국내의 낮은 약값을 참조해 가격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B사 역시 약가 문제로 해외에서 먼저 자사 개발 신약을 출시했고 국내 출시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K-바이오 육성을 위해 중장기 대책을 마련했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낮은 약가 문제로 국내 시장을 포기한 채 해외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바이오헬스 혁신 방안을 통해 연구개발 지원, 투자 확대, 규제 혁신, 인력 양성 등 다방면에 걸친 실행방안을 제시했다. 바이오헬스산업을 국가핵심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요구도가 가장 높은 '합리적 약가책정'과 '의약품에 대한 합리적 가치보상'에 관한 대목은 어디에도 없었다. 산업계가 합리적 약가책정과 가치보상의 필요성을 제기한 이유는 기업 및 산업계 수익 대부분이 의약품 판매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매출이나 수익 확대를 위해서가 아니다. 기업들은 해당 매출을 연구개발로 재투자하는 선순환구조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찾고 있다.

이에 국산신약에 대한 합리적 가치보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국산신약의 합리적 약가책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해외 기업들의 편의는 봐주면서 국내 기업들의 목소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난 2016년 7월 내놓은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일명 7.7약가제도)' 개정안에 대해 당시 미국의 한국법인 제약기업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해당 약가제도 개정안은 사문화됐다.

당시 약가제도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국내에서 세계 최초 허가 또는 국내 전공정 생산 또는 국내외 기업 간 공동계약 개발 △임상시험 국내 수행 △'혁신형 제약기업', 'R&D 투자비율이 혁신형 제약기업 평균 이상', '3년 이상 국내외 기업간 개방형 혁신에 기반한 연구개발 투자‧성과 창출' 중 하나 등 3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해야 약가우대 및 신속등재(심평원 평가 20일 및 건보공단 약가협상 30일 기간 단축)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내용이었다.

한국법인 미국 제약기업들은 "한국 제약기업들에게 유리한 차별적 제도이자 한미FTA 의무를 어긴 제도"라며 강력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결국 개정안은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 △대체가능한 다른 치료법(약제) 없음 △생존기간의 상당한 연장 등 임상적 유용성 개선 입증 △미국 FDA의 획기적의약품지정(BTD) 또는 유럽 EMA의 신속심사(PRIME) 적용 △희귀질환치료제 또는 항암제 등 5개 요건으로, 국내 제약기업들보다 글로벌 제약기업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경됐다. 

이에 대해 미국과의 마찰을 이유로 실질적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 및 보호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약가규제 완화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신약 약가 책정 방식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기조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신약은 크게 퍼스트 인 클래스(최초 혁신신약)와 베스트 인 클래스(동일 계열 내 효과가 제일 좋은 약)로 나뉜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약은 개량신약으로 대부분 베스트 인 클래스에 속한다. 베스트 인 클래스의 경우 시장에 출시된 복제의약품(제네릭)을 포함한 모든 대체약제 가중 평균가의 90%에서 약가가 결정된다. 하지만 국산 개량신약들이 국내에서는 '베스트 인 클래스'에 부합한 약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국산신약의 가격을 산정할 때 참조하는 '대체약제군'에 약가가 대폭 떨어진 제네릭까지 포함하고 있다. 국내 약가제도에 따라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만료로 제네릭이 시장에 진입하면 1년 뒤 오리지널과 동일한 모든 약제는 가격이 절반인 53.55%으로 대폭 인하된다.

이렇게 약가가 대폭 낮아진 약제들이 국산신약 약가 책정 때 참조하는 대체약제군에 포함됨에 따라 신약임에도 불구하고 당초 오리지널 의약품의 평균 45% 수준에서 약가가 책정된다. 즉, 제네릭은 오리지널의 53.55% 약가를 받지만 국산 신약은 45%로 더 낮은 약가를 받게 된다. 

실제로 국내 제약기업이 개발한 순환기계통의 신약은 동일 계열의 제네릭 보다 4.5% 낮은 가격에 책정됐다. 국산신약의 경우 평균 500억원 이상의 개발비용이 소요되지만 제네릭은 이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투입된다. 

특히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신약이 임상적으로 유용한 새로운 작용기전인 경우 △신약이 동일계열의 비교약에 비해 높은 유효성과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한 경우 △신약이 해당 질환 또는 외상의 치료를 개선시킴을 객관적으로 입증한 경우 등 조건을 충족하면 '혁신신약 약가 가산'이라는 명목으로 선진 7개국 평균 약가의 70~120%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 역시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심각한 공급망 교란 문제에 직면하면서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 내 의약품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행정명령의 후속조치로 △바이오제조업 역량강화 △R&D 확대 △인력양성 △규제개선 △바이오 안전·안보 향상 △국제협력 강화 등 자국 내 바이오 생산 인프라 지원에 약 2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업계는 우리나라 정부도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가장 최우선으로 비합리적인 약가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육성법에는 혁신형제약기업에 대한 약가우대 근거 조항이 있지만 실제 지원으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이 자국의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의 걸림돌인 국산신약에 대한 약가제도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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