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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 된 CB·BW…바이오 기업 '발 동동'

  • 2022.10.19(수) 06:50

호황기 찍어낸 CB·BW 풋옵션 행사 급증
바이오 '줄도산' 우려…유동성 확보 사활
"바이오 옥석 가리기 기회 될 것" 시각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코로나19 기간 앞다퉈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던 바이오 기업들이 역풍을 맞고 있다. CB·BW 전환가격보다 주가가 낮아지자 채권자들은 투자 대상 기업의 주식을 받는 대신 서둘러 원리금 회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바이오 기업이 대거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바이오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식연계채권 만기 전 조기상환 '속출'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하반기(7월) 이후 이날까지 CB·BW를 조기상환한다고 공시한 바이오 기업이 15곳을 넘어섰다. 바이넥스, 카이노스메드, 대화제약, 올리패스, 셀리버리, 카나리아바이오, 넥스턴바이오, 크리스탈지노믹스, EDGC, 유틸렉스 등이 만기 전 CB·BW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CB·BW 등 주식연계채권의 조기상환이 증가한 이유는 국내외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리픽싱(전환가격 조정) 한도에 가까워진 기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7월 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바이오 기업의 리픽싱 사례는 30건에 달한다. 이중 제넨바이오, 셀루메드, 유틸렉스, 경남제약 등은 이 기간 전환가격을 두 차례 이상 하향 조정했다. 또 10개 사의 전환가격은 최저 리픽싱 한도를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CB·BW는 발행 후 특정 시기가 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이 달린 채권이다. CB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BW엔 신규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어있다. 일반적으로 주가 변동에 따라 전환가격을 조정하는 리픽싱 조항을 포함한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리픽싱은 발행 당시 가격의 70%까지 조정 가능하다.

코스닥 상장사의 CB·BW 투자는 금리수익보단 주가 상승 시 시세차익이 목적이다. 따라서 주가가 최저 전환가격까지 낮아지면 풋옵션을 행사하는 사례가 많다. 현재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조정 가능한 최저 전환가격 아래로 떨어진 데다 하반기에도 강한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채권자들이 시세차익을 포기하고 원리금 회수에 나선 것이다. KRX 헬스케어 지수는 코로나19 창궐 이후 2020년 12월 21일 5600선까지 치솟았지만, 지난 17일 기준 2225선으로 내려앉았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수익원 없는 바이오, '유동성 위기' 우려

만기 전 CB·BW를 취득하는 게 무조건 악재는 아니다. 자금 여력이 넉넉한 기업이 주식연계채권을 조기상환하면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 일반 주식 투자자 입장에선 CB·BW 발행으로 인한 잠재적 물량(오버행)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

반면, 주가 급락으로 채권자가 풋옵션을 요청한 경우엔 의미가 다르다. 채권자가 주식연계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해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 투자에서 발을 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투자자가 기업의 성장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잉여자금이 부족한 기업은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수익원 없이 신약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기간을 투자해야 하는 바이오 기업엔 특히 치명적이다. 대부분 바이오 기업은 이미 연구개발(R&D) 및 운영자금으로 투자금을 다 지출한 상황이다.

나아가 자금줄이 막히면 R&D나 임상계획 등이 중단될 수 있다. 실제 지난 7월 파멥신은 자금 부족으로 3년간 진행해온 재발성 교모세포종 신약 후보물질 'TTAC-0001'의 임상을 중단했다. 신약의 선점 효과가 중요한 바이오 산업 특성상 연구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업계 전반의 경쟁력이 뒤처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년간 CB 발행 '역대급'…옥석 가리기 기회?

업계에선 풋옵션 행사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분석한다. 국내 바이오 기업은 CB를 통해 지난 2020년과 2021년 각각 1조2340억원, 1조9308억원을 조달했다. 2년간 발행한 CB 총액(3조1648억원)이 2015~2019년 5년간 바이오 기업이 발행한 CB 총액(2조5900억원)보다도 22%가량 많다. 당시 발행한 다수의 CB가 3년 만기로 설계된 만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현금 상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BW나 올해 발행한 주식연계채권까지 포함하면 풋옵션 행사는 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기업들은 CB·BW 채무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유상증자가 대표적인 수단이다. 에스디생명공학, 카이노스메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유틸렉스 등이 수백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호황기 동안 좋은 조건으로 발행한 주식연계채권을 상환하기 위해 증시가 부진한 환경에서 이전보다 나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셈이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위탁생산(CMO),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도 늘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일각에선 이번 위기가 바이오 기업 옥석 가리기의 계기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2019년부터 국내 바이오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기술력을 갖추지 않은 바이오 기업조차 손쉽게 CB·BW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받았다. 이번 위기로 건강한 기업은 살아남고, '좀비 바이오'는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란 설명이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과거와 비교했을 때 R&D 성과에 사활을 거는 바이오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유상증자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한계가 명확하다. 중장기적으로 바이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R&D 성과를 입증해 주가를 부양하고, CB·BW 채권자들의 주식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자금 조달이 수월했던 시기에 가격 등의 조건이 맞지 않아 기술이전(L/O) 등을 보류했던 기업이 적극적으로 계약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 기조로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는 위축되고 채권자의 풋옵션 행사는 증가하는 추세"라며 "침체가 지속되면 유동성 위기로 존속에 어려움을 겪는 바이오 기업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투자자에겐 확실한 기술력이나 생존 전략 등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을 확인하는 시기가 될 수도 있다"면서 "바이오 기업은 본업에 집중해 R&D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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